우리는 왜 백의(白衣)를 입었나?(1)

전경배 인제대 초빙교수

 "우리 민족은 흰옷 숭상하는 백의민족"
 "백의숭상은 의생활에 큰 영향 미쳤다"

 

 우리 조상님이 옛날부터 백의(白衣)를 즐겨 입었다.

 고조선으로부터 이어지는 신라, 고려, 조선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처 해방과 더불어 불과 70년대까지 이어져 오며 백의를 입은 역사가 바로 우리민족사였다.

 우리 민족은 흰옷을 숭상하는 백의민족으로 자처한다. 하지만 왜 흰옷을 숭상하며 언제부터 즐겨 입게 되었는지, 육당 최남선 선생께서는 '조선상식문답'에 주장한 것이 조금 나와 있다.

 내용인즉 '대개 조선 민족은 옛날에 태양을 하느님으로 알고 자기들은 이 하느님의 자손이라 믿었는데 태양의 광명을 표시하는 의미로 흰빛을 신성이 알아서 흰옷을 자랑삼아 입다가, 나중에는 온 민족이 입게 되고 만 것입니다. 또한 조선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고 태양 숭배 민족은 모두 흰 빛을 신성하게 알고 흰옷 입기를 좋아하니 이를테면 이집트와 바벨론의 풍속이 그것입니다'라고 서술했다.
 
 태양과 흰색 숭배의 측면을 고려하고 고대의 제례의식을 살펴보면 충분한 근거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백색은 순색(純色)이라 하여 청정(淸淨), 순결, 광명 및 도의(道義)의 표상이 되어 서색(瑞色)으로써 신성한 의미를 갖기도 하며, 13세기 후반 고려 충렬왕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백의금비령(白衣禁止令)이 여러 번 내려졌으나, 잘 시행되지 않았음은 백의의 습속(習俗)이 우리의 의생활(衣生活)에 지배적이었음을 말해준다.

 이와 같이 백의숭상은 민족정신을 표상할 정도로 의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시대에는 상복(喪服)으로 백의(白衣)를 주로 착용하였으며 근대이후 시대변천과 의식의 변화에 따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상에서 차츰 멀어지게 되었다.

 우리조상님께서 백의를 왜 고집하였는가, 아니면 어쩔 수 없어서 입게 되었는가. 

 우리 민족은 먼 옛날부터 흰옷을 즐겨 입었기에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화려한 색옷을 입었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어떤 색옷을 입었고, 왜 백의민족이 된 것일까? 
 
 외국인, 동양과 서양 사람이 본 우리조상의 옷 색깔은 이랬다. 
 
 고려(高麗)전(傳)에는 1014년 고려 사신 곽원(郭元)이 "고려에서는 남자와 여자(士女)의 옷으로 백색을 숭상한다"고 말한 기록이 등장한다.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서긍은 <고려도경(高麗圖經)> 에서 "고려왕은 평상시 쉴 때에 검은 모자에 흰 모시(白紵) 도포를 입으므로 백성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라는 기록하고 있어, 고려시대에도 임금부터 백성들까지 모두 흰옷을 선호했음을 알 수 있다.

 19세기 말 조선을 방문한 많은 서양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이 흰옷을 주로 입고 있는 것에 놀라워했다.

 여인들이 냇가에 모여앉아 무명으로 만든 옷을 눈부시도록 희게 빨고 있는 모습을 본 아리랑(song of arirang)의 저자 님 웨일스(1907~1997)는 이상주의와 순교자의 민족이 아니라면 이처럼 깨끗한 청결을 위해 그토록 힘든 노동을 감내(堪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이 흰옷을 입는 것을 가리켜 상복(喪服)을 입는 것이라는 등 좋지 않은 쪽으로 해석하고, 1906년 흰옷 입는 것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이후 일본인들을 계속해서 조선 사람들이 흰옷을 입는 것을 금지시키려고 법과 언론을 동원하기도 했으나, 큰 실효(實效)를 거두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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