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 도서 / 안녕

안녕

 여덟번째 도서 / 안녕

  안녕달 그림 / 창비 / 264p / 2만 2천 원
 추천 / 윤인영 장유도서관 기적의도서관팀 사서

 

 

 

 

 

 

 

 

유인영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어릴 땐 혼자인 게 무서웠다면, 어른이 되니 누군가를 혼자 남겨 놓게 될까봐 무서워집니다. 배우자, 내 아이, 그리고 내 강아지도…. 예뻐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래 곁에 있고 싶어 야채도 쓴 약도 먹고 지겨운 운동도 하게 됩니다. 안녕달 작가의 신간 '안녕'은 이런 마음을 담았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과 동시에 두고 떠난 사람들의 아픔도 보여주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읽고 나서 누군가 떠오른다면 꼭 안아주세요.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안녕달의 다른 책 '수박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왜냐면' '메리'도 함께 추천합니다.

 

 △"이 책이 그림책이라고?" 이 책을 펼쳐보기 전에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안녕'은 그림책이라기엔 두꺼운 책이다. 264쪽이다. 책장을 펼친 다음에는 조금 당황할지도 모른다. 662컷의 그림으로 이뤄진 이 그림책에는 대사가 극도로 절제돼있다. 그냥 그림만으로 이어지는 책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책을 읽으면서 '무슨 그림책이 이렇게 길어' 라는 생각도 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안녕'은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1장은 소시지 할아버지의 탄생, 2장은 소시지 할아버지와 개의 만남, 3장은 소시지 할아버지와 개의 이별, 4장은 사후 세계의 별에서 지내는 소시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소시지 할아버지가 사는 별은 버려진 사물들이 사는 곳이다. 이곳에서마저 버려지는 존재가 있다. 팔리기엔 너무 커버린 강아지는 애견가게에서 버려졌다. 다행히 소시지 할아버지를 만난다. 여기 까지만 봐도, 이 별이 혹시 지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 우리는 내가 버렸거나, 혹은 내가 버려졌거나 하는 세계에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자판기 옆에 버려진 일회용 컵들은 시위를 한다. "우리는 한 번 쓰고 버려지고 싶지 않다." 이쯤 되면 이 그림책은 어른들이 봐야 하는 책이구나, 아이들이 보면 이해할 수 있을까, 등등 안해도 될 걱정도 떠오른다. 소시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자 강아지는 또다시 홀로 남겨진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이번에는 폭탄아이다.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이 책 속에서 천천히 반복되며 흘러간다. 작가는 오랫동안 혼자 살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적이 있다. 낯선 사람들과 한 집에 살던 시간이었다. "고된 노동이 끝나면 함께 밥해 먹고 즐겁게 지냈지만 결국 이별했죠. '안녕'처럼 죽음으로 헤어진 건 아니지만 사람들과 헤어질 때마다 슬펐어요. 만남의 즐거움과 헤어짐의 슬픔, 헤어진 사람들이 잘 살고 있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게 아닐까 생각해요." 작가는 자신이 겪은 감정을 이 책에 담고 있는 것이다.
 글이 없는 그림책을 읽는 일은, 그림이 있는 그림책을 읽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무슨 장면일까,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걸까, 계속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느린 속도는 오히려 책에 집중하게 되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책장을 덮고 나면, 그림책 한 권이 이렇게 깊고 넓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끌린 듯 다시 첫 장을 펼쳐보고 싶어진다.


 박현주 북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