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김해시의회 건설소방위원장

김명희 김해시의회 건설소방위원장

사람들은 일로 지치는 것도 크지만, 사람 스트레스가 더욱 큰 것인지 모른다. 소위 '명절 증후군'도 어쩌면 사람 스트레스인지 모른다.
 
 서양 사회는 인종도 여러 인종이 모여 살 뿐만 아니라 인구수(數)도 많아서 '시스템 중심적'이고 일 또는 능력 중심적으로 조직이 돌아갈지 모르지만, 한국사회는 적은 인구수(數)나 그 동안의 사회 문화 자체가 농경 문화적 풍토 속에서 '사람 중심적'인 경향을 보인다. 한국인들은 확실히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예전에 어떤 조직에서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참으로 사람 관리가 알파요 오메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서나 율곡선생이 그토록 강조하셨던 신독(愼獨 혼자 있기를 삼가라)의 말은 그 깊은 심층에 '인간은 관계적 존재'라는 철학일 것이다.

 하이데거의 'world-in-being(세계 내적 존재)' 논리 또한 인간을 인간 자체만으로 해석해선 안 되고(할 수도 없고), 세계라는 인간을 둘러싼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을 해석해야 한다(할 수 있다는)는 말로서 '인간은 관계성적 존재'라는 철학이다. 人間(인간)이란 말 자체가 그렇게 생기지 않은가? 인간의 人(인) 자는 두 개의 막대가 서로 의지(관계)하며 있지 않은가? 間(간) 자는 사이(관계)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불교의 제일 중요한 교리인 연기법(緣起法)의 '연기(緣起)'라는 말 자체도 관계(關係)와 의지(依支)의 논리로 해석되어 진다. 따라서 연기법은 '인간은 관계적 존재다'라는 천명인 것이다. 하느님도 남자만 만들고는 불완전하다고 생각하시고 여자를 만들어 관계를 만들어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는 피할 수도 없으며,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규정할 수 있다는 논리도 된다. 승패, 행 불행, 이 모든 것이 인간관계에 대한 해석학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가 어그러지는 다양한 요인 중 주요한 하나의 요인이 있다면 선입관(先入觀)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이 나왔던 뤽 베송 감독의 <루시>라는 영화에선 스칼렛 요한슨이 usb로 바뀐다. 어쩌면 인간의 마지막은 기억(storage)이라는 불교의 인간관을 보는 듯했다.  
 
 문제는 우리의 기억이란 것이 우리의 건강상태나 알러지를 만들기도 하는 인간 면역계를 지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감정을 조작하고 첫인상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즉 선입관의 주범인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진짜기억, 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 가짜 기억, 변형된 기억, 억지로 믿고 싶은 기억, 부분만을 가지고 전부라고 생각하는 기억 등이 너무도 많다. 다시 말해서 기억은 진짜일 수도 있고, 또는 뒤틀리고 변형되어 있기도 하고, 극히 일부분일 수 있고, 억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진실이라고 이름 부르고 고정 관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우리의 관점, 인간에 대한 우리의 관점,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점도 이렇게 왜곡되고, 변형되어 있고, 억지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타인, 인간, 세계를 대할 때 조심스러워야 하고, 겸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해와 불신 그리고 폄하, 이 모든 것은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 병들이다. 내가 당할 때 너무도 아픈 것들 이여서 나의 삶을 모두 파괴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신문, 잡지, 소박할지 모르는 댓글도 변형되고 왜곡된 storage(識)의 구실을 하고 있다. 사회문제가 되었던 배우들의 자살도 그런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자신이 당할 땐 그렇게 아픈데도 불구하고 남에게 우린 그런 행동을 한다.

 타인으로부터 함부로 오해 받기 싫으면, 나도 타인을 함부로 추측하거나 단정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불교에서는 '세상은 부메랑 같고 메아리 같아서 내가 한 만큼 돌아온다'고 말 한다. 어떤 글에서, 성경의 골자를 이야기 하면서 '대접한 만큼 대접 받으리라'는 말씀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물론 선입관을 무시해서 사기를 당하는 위험성도 있지만, 선입관 때문에 남을 파괴할 수도 있고 자신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우리의 기억에 대해 좀 더 조심스럽고 겸허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에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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