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학습하지 않은 색다른 환경과 맞닥트리면 몹시 당황해하며 지레 겁부터 먹게 됩니다. 익숙하지 않은 낮선 환경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도 익숙하지 않으면 이를 적극 배척하려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입사 지원자들은 면접에서 익숙함을 공유하고자 모범 답안을 만들어 다른 지원자와 눈높이를 같이 하려고 애씁니다. 이는 외부의 기준을 좇는 인간의 본성 때문입니다.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그 외부의 기준은 그저 대부분의 사람들이 휩쓸려 다니며 만들어낸 하나의 풍조일 뿐입니다. 본래 나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세상 풍조에 맞추어 그 외부의 기준에 따라 흔들리기 시작할 때부터 본래의 자신은 사라지기 시작함을 인식해야 합니다. 세상의 풍조를 좇는 순간부터 탐욕과 증오가 따라옵니다. 이렇게 생긴 탐욕과 증오가 우리의 자아에 하나의 갈망으로 자리 잡으며 두려움과 환영을 만듭니다.

 '참 나'를 잊어버린 결과입니다. 참 나는 본래 모양이 없지만 잊게 되면 인간의 제도와 도덕, 그리고 풍속에 묶인 틀을 만들어 억지로 또 다른 모양을  만듭니다. 바로 망상입니다. 망상이 생기면서 특정한 자아가 형성되고, 특정 자아가 자라서 아집과 편견이 됩니다. 이것이 탐심이고 집착이며, 여기에서 희로애락이 비롯되는 것입니다. 이는 원래 모양이 없는 물과 같습니다.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근모양이 됩니다. 네모와 둥근 물의 모양 그 자체가 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네모지거나 둥근 형태를 물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은 착각에서 깨어나야만 합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참 나를 되찾아야 합니다. 종교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1980년대 어둡고 긴 세계경제의 불황을 타개하려는 몸부림으로 고정관념을 깨자는 열풍이 전 세계에 걸쳐서 일어났었습니다. 고정관념의 타파는 '콜롬부스의 달걀'과 같이 환영에 묶이면서 시작된 부자유로부터 탈피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고정관념의 타파는 온 세계를 힘들게 했던 불황을 타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고정관념의 타파가 우리에게 주는 결과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는 크나큰 교훈인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미 2500여 년 전, 이러한 세상 풍조의 임의성과 임시성을 간파했습니다. 그래서 제법실상과 파사현정으로 모든 것은 실체가 없고 영원불멸한 것이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실체가 있다고 착각하고 탐욕에 매달린 고정관념을 깨부순 것입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제법무아와 제행무상입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굳은 생각 깨부수기'라는 책을 쓴 일본의 작가 하세가와 마사아키는 '굳은 생각을 깨부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경험들을 찾아보고 토론한 결과, 현실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현실도, 그 모든 것도 바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현실을 포함한 내면의 부정적인 생각과 절대적 믿음 등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우리에게 생활의 편함을 제공하였을지라도, 그로 인해 굳어 버린 생각들을 깨부순다면,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마주보기 힘든 문제일수록 마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 현실과 미래도 바꿀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본성을 따라 살 때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가르쳤는데 그것이 열반이고 깨달음, 즉 모든 망상이 떨어져 광명을 찾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외부의 기준에서 속히 벗어나야 합니다.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