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용 김해가야스토리텔링협회장

박경용 김해가야스토리텔링협회장

 <제1회>

 여의 낭자 편두 전문가 되다


 박경용 김해가야스토리텔링협회장


 "야 여의야, 우리 오줌 멀리 누기 시합하자." 하며 황세가 바위 위에 올라간다. 여의는 난감하여 잠시 궁리를 하다 삼대를 주워 들고 올라갔다.
 
 "그래 시작!"

 황세가 이겼다며 의기양양 좋아한다. 이 두 친구는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놀았다. 여의와 황세 아버지는 가까운 친구였는데 앞으로 자식을 낳으면 결혼시켜 사돈이 되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여의 아버지 출 정승은 집안이 잘되어가고 황세 아버지 황 정승은 집안이 쇠퇴해갔다. 출 정승은 결혼시키기 싫어서 딸 여의를 낳고는 아들이라며 남장 여인으로 키운다.
 
 아이들은 친구가 되어 늘 함께 놀았다. 여의는 남자아이들보다 더 잘 달리고 용감하였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성장하고 나서는 구지내에서 멱을 감았는데 여의의 옷이 물에 젖어 가슴이 봉긋하게 나와 그 이상 감추기가 어려웠다. 여의는 여인임을 고백하게 된다. 그 이후 둘은 누구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으로 변하여 사랑하게 되고 결혼을 약속한다.
 
 그러다가 전쟁이 터졌다. 황세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전쟁터로 나갔다. 황세는 용감하게 싸워 백전백승 전공을 세운다. 드디어 하늘장수라는 칭호를 받게 된다. 임금님에게는 유민 공주가 있었는데 황세를 공주와 결혼시켜 부마로 삼고 싶어 하였다.
 
 임금의 뜻을 전해들은 신하는 황세를 불러 뜻을 전했다. 그러나 황세는 여의와의 약속한 사실을 말하며 난색을 표했다. 신하는 지엄하신 임금님의 명이라며 한치의 오차가 허용되지 않음을 엄중히 말하는 것이었다.
 
 절대절명의 명령을 어이할 거나. 황세와 여의는 괴로워하다가 백제나 신라로 국경 너머 달아나려 하였다. 하지만 가족들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여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황세는 결국에는 유민 공주와 결혼하였다.
 
 여의는 울고 또 울었다. 죽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분노와 억울함이 북받쳐 오르건만
 내 마음 달랠 길이 이토록 없을쏜가
 천상의 해맑은 기운 지옥불 되었구나
 밤하늘 북두칠성 더 높이 걸려 있고
 세상은 잠들어서 사방이 교교한데
 배갯잇 적신 눈물 님께서는 아실까

 식음을 전폐하고 괴로워하고 있는데 친구가 찾아왔다. 그는 가야 특수부대의 여전사로 근무하는 분순이었다. 분순은 여의의 마음을 읽고 위로를 하며 새로운 제안을 하였다. 지금 방안에서 괴로워하지만 말고 자기 역손자 정구의 어머니가 편두 기술자라며 그의 조수로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정구는 외동아들로 철 수출을 하는 배를 타고 외국으로 다니는 청년이었다. 여의는 친구 분순의 권유대로 정구 어머니의 조수로 들어가 따라다녔다. 정구 어머니는 여의에게 기술을 잘 가르쳐 주었다.

 가야에는 아기가 태어나면 돌로 머리를 눌러 편두를 만드는 풍습이 있었다. 생후 2~3개월 후 돌을 머리에 얹어 시행했는데 자칫 두개골이 벌어져 매우 위험했으며 사망률이 높았다. 즉 편두 시행을 아기가 출생후 늦게 하면 안전한 대신 오래 걸리고, 일찍 하면 빠른 대신 위험하였다. 정구 어머니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고 여의는 그 기술을 열심히 익혀갔다.
 
 막상 따라다니다 보니 마음도 한결 밝아져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유한 친구 분순이가 고맙기도 하였다.
  

 여의의 노래(일하는 기쁨)

 일하는 기쁨이여
 배우는 기쁨이여
 애기 생명 보호하며
 편두로서 예쁜 모습
 만드는 보람이여
 황세 잃은 나의 슬픔
 어쩔 줄 몰랐건만
 이제는 위로받고
 치유가 되어지네
 일하는 그 기쁨은
 보석에 견주리라
 황세 잃은 슬픈 마음
 일하면서 위로받네

 한편 유민과 결혼한 황세 장군은 괴로워하다 몸져눕게 되었고 병이 깊어져갔다. 황세는 유민 공주의 지극한 정성에도 효험이 없었다. 드디어 황세도 세상을 하직하고 만다. 유민 공주는 절망과 허탈감에 빠졌다.

 그 님은 떠나가고 원앙침 남았어라
 저승길 머다하나 문밖이 저승인데
 가신 임 어이한 일로 이승으로 못 오나
 어느덧 달도 차고 은하수 기울었네
 부마도 사별하고 충효도 못 이뤘소
 아득한 천지지간에 이 마음을 뉘 알리

 유민 공주는 고민 끝에 경운 도사의 가르침을 받아 출가하여 여승의 길을 걷게 된다. 머언 지리산으로 가려 했다. 어마마마는 울먹이며 당부한다.

 "아가, 네가 떠나는 것을 말리지 않겠지만 너무 멀리는 가지 말거라. 내 눈에 보이는 저 산 임호산으로 간다면 이 궁궐에서 네가 있는 산을 조석으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애미에게 드나마 위로가 될 것이다."

 효성이 많은 유리 공주는 어마마마가 원하시는 대로 임호산으로 들어갔다. 유민 공주는 산속에서 황세의 극락왕생을 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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