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쇼코의 미소

 

 열한번째 도서 /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96p / 1만 2천 원
 추천 / 박다영 김해장유도서관 사서

 


 
 

박다영 김해장유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쇼코의 미소'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7가지의 단편으로 묶은 책이다. 질투, 가족애, 연민, 자신의 대한 부정 등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고스란히 들려주고 있다. 나는 읽으면서 단순하지만 잘 정돈되고 정곡을 찌르는 듯한 문장으로 내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아 내 자신이 들킨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한 편 한 편 읽어나갈 때 마다 어느덧 이 글에 위로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감동과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던 것 같다. 지금처럼 깊어지는 가을밤처럼 찬바람이 불어올 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이 책을 덮을 때쯤엔 마음이 한편이 따뜻해져 있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와 함께 최근에 발간된 신작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을 함께 추천한다.

 

△소설을 읽는 것은 삶을 읽는 것이다. 삶은 그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이고 영화이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 개인이 맛보는 삶의 경험이란 한계가 있다. 내가 겪은 일보다 겪지 않은 일이 더 많다. 사람들이 ‘이야기’라는 서사구조에 빠져드는 이유는 내가 겪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신기하고, 슬프고, 억울하고, 통쾌한 많은 이야기들은 인류가 살아온 이래 계속 돼 왔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기대어 달래기도 하고, 희망과 용기를 내어보기도 한다. 그것이 이야기라는 구조를 가진 소설의 매력일 것이다.
 얼마 전 여중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쇼코의 미소’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한민국 독서계를 점령하다시피 한 일본소설이 아니라 한국소설이라는 점에서 반갑기 그지없었다. 아이들은 ‘쇼코의 미소’에 실린 소설들이 재미있다고 했고, 문체가 특히 좋다는 말도 했다. 아이들은 왜 이 작가에게 끌렸을까.
 최은영 작가는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등단 초기부터 “선천적으로 눈이나 위가 약한 사람이 있듯이, 마음이 특별히 약해서 쉽게 부서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말해왔다. 우리는 타인이 어떤 고통이 겪는지 쉽게 알지 못한다. 작가는 바로 그 타인의 고통 앞에 겸손히 귀를 열고 싶다고 밝혀왔다. 작품 안에서 사람의 마음이 무엇보다 잘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쇼코의 미소’는 최은영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2013년 겨울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했고, 그 작품으로 2014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그 이후 쓴 7편의 작품을 수록한 것이 이 소설집이다. 한국과 일본의 두 아이가 만나 성장의 문턱을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표제작 ‘쇼코의 미소’, 베트남전쟁으로 가까운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씬짜오, 씬짜오’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서 케냐 출신의 청년 한지와 만나게 된 영주의 이야기를 담은 ‘한지와 영주’ 등이다.
 이 소설집에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마음이 어느새 자신에게 와닿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박현주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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