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1982년 가을 어느 날이었다. 마산 운동장에서 제63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렸었다.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5학년이던 필자는 교실에서 교탁으로 옮겨졌던 두꺼운 TV를 통해 생중계되던 전국체전 개막식을 지켜봤다. TV 화면에서 성화대에 불이 옮겨지고,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와 오색 풍선이 하늘로 떠오르자, 창밖 멀리 보이던 마산운동장 위를 나는 비둘기와 풍선이 보였다.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는 필자와 같은 반 친구들은 세상의 주인공이나 된 듯한 착각에 빠졌었다.

 30년이 훌쩍 지난 먼 옛날의 추억이지만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마산항과 수출자유지역, 한일합섬 등으로 도시가 평창 하던 마산시는 전국 6대 도시에 포함될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제63회 전국체육대회를 유치한 마산시가 건립했던 종합운동장과 야구장, 실내체육관, 수영장 등 체육시설은 현재까지 체육시설로 통합창원시민이 사용하고 있다. 이때 건립됐던 야구장이 프로야구 NC다이노스를 유치하게 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NC를 유치한 이곳에 내년에는 전국 최고 수준의 야구장이 문을 연다고 하니 부럽기도 하다.  

 인구 53만을 넘어 60만 중대형 도시로 커가고 있는 가야왕도 김해시가 2023년 열리는 제104회 전국체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제104회 전국체전의 최종 후보지는 김해시와 부산시로 압축됐다. 경남에서는 김해시 외에도 양산시가 제104회 전국체전 유치를 희망했지만 도내 평과에서 김해가 양산시보다는 조금 좋은 점수를 받은 모양이다.
 
 김해시는 '이번에 전국체전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최소 3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유치전에 돌입했다. 행정이 밀고 나가자 지역 단체인 김해시자전거연맹도 전국체전 유치 홍보를 위해 자전거로 국토 종주길을 떠나는 등 후원활동에 열심이다.
 
 시는 현 삼계 근린공원에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야구장 등의 건립 계획을 세웠다. 이곳은 경전철 등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고 2021년 국토 58호선이 개통되면 접근성이 월등히 좋아지는 데다, 밀집해 있는 숙박·근린·편의시설은 선수단은 물론 방문객에게 최적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나오면서 일부 동계 종목 체육 시설이 올림픽 이후 쓸모없게 돼 냉동창고로 사용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평창 올림픽의 기억 때문인지, 김해에도 체전 유치를 반대하는 측이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체육 시설을 건립해 놓고. 체전 이후 쓸모없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체전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는 그래서 현 삼계 근린공원이 주경기장 부지로 알맞다고 주장한다. 현 삼계 근린공원 주변은 상주인구와 유동인구가 많아 체전 이후 종합운동장이 시민의 문화 체육 여가공간으로, 또는 상업시설 등으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는 2023년 전국체전 개최를 염원하는 축제의 장으로 오는 27일 김해운동장에서 김해시민체육대회를 개최한다. 시는 개회식에 참석하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전국체전 유치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길 고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 지사가 부산시와 경쟁하고 있는 제104회 전국체전 유치에 힘을 싣는 메시지를 내놓기라도 한다면 큰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104회 전국체전 개최지는 오는 12월께 결정된다. 중대형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53만 김해시민의 체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가야 왕도 김해시가 2023년 열리는 제104회 전국체전을 유치할 수 있길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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