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금동건, 세번째 시집 펴내

지난 25일 <김해일보>를 찾은 '시 쓰는 청소부' 금동건 씨가 세번째 시집 '시를 품은 내가슴'을 소개하고 있다.


 "가을철 나무 끝에 매달려있는 낙엽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동전 하나도 시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삶의 순간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또 되새기면 곧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요. 그런 과정 속에 저는 삶 속 행복을 발견합니다. 시를 품은 내 가슴이 소소한 행복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지요."

 덥수룩한 수염에 주름이 가득한 선한 눈매. 김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금동건(59) 씨의 또 다른 직업은 시인이다. 그는 2007년 '자갈치의 아침'이라는 이름으로 첫 시집을 내고 2011년 '꽃비 내리던 날'로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시를 쓰는 청소부'로 세간에 알려졌다. 이후 KBS스페셜 '행복해지는 법'에 출연하며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그의 삶의 방식이 조명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지난 20일 세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은 '시를 품은 내 가슴'이다. 그는 "첫 시집을 출간할 때와 같은 마음으로 연필을 다시 들었다"고 짧막히 이번 시집을 소개했다. 그의 시집 목차를 훑어보면 봄을 기다리는 것으로 시작해 가을을 지나 어머니를 비롯한 사람들을 그리며 끝난다.

 "지난여름은 무척이나 더웠지요. 환경미화원으로서 밖에서 일을 하다 보니 더위에 지치고 기진맥진해 만사가 귀찮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을을 기다리는 농부처럼 살아야지. 벚꽃이 흩날리는 봄을 기다리는 청춘처럼 살아야지'라며 저를 다독였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니 제 주변의 환경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는 경북 안동 출생으로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12살 되던 해부터 부산에 내려와 일을 하며 객지생활을 했다. 어린시절 그는 형편이 어려워 여름에 신던 흰 운동화에 검은 먹물을 들여 겨울에도 신고 다녔다. 어린 나이에 고된 일과 영양실조로 인해 몸이 약해지고 결핵까지 걸려 7년간 투병생활을 하며 청춘을 보냈다. 몸이 허약해진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농사도 짓고 젖소도 키우고 택시운전도 해봤지만 하는 일마다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한때는 신세한탄을 하며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좌절의 순간마다 그를 위로한 것이 바로 '시'다.

 그는평소 일기를 쓰며 간단한 시상을 기록하던 중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집을 내겠다는 결심을 하고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금 씨는 시사문단의 시 부문으로 시인에 등단해 현재 김해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그의 두 번째 시집 '꽃비 내리던 날'은 2011년 김해문인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우수작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금 씨는 환경미화를 하며 주운 동전을 모아 해마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밤이나 새벽에 거리를 청소했는데 요즘에는 주로 오후에 일을 하다 보니 동전을 줍는 일이 크게 줄었어요. 하지만 동전이라도 세상을 돌아다니기 위해 있는 것이니 제가 주워 모아 앞으로도 좋은 곳에 쓰이도록 해야지요."

 그는 이번 시집을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짧은 시 구절하나로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요한 것이라고 정해진 일은 세상에 없습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저마다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 마저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것에 감사해할 줄 알면 더욱 삶이 행복으로 가득해 질 겁니다."

 한껏 주름을 만들어 내며 웃는 금 씨의 얼굴에서 행복이 엿보인다.
 
 한편 <김해일보>는 금 씨의 동의를 얻어 향후 '시 읽는 김해' 지면을 통해 그의 시를 소개해 나갈 예정이다.

시집 '시를 품은 내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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