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갑 가야대 대외협력처장

이유갑 가야대 대외협력처장

 얼마 전 타계한 불멸의 스타 신성일을 청춘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준 '맨발의 청춘'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1964년에 처음 제작되었던 이 영화는 6.25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절에 전쟁의 상처로 불우한 청년 시절을 보내는 거리의 청년이 우연히 아름다운 외교관의 딸을 만나 사랑하지만, 소녀의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 때문에 서로의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종말을 맞아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신성일이 연기한 불우한 처지의 젊은이의 분노와 한 서린 눈물과 한숨이 그 시절의 많은 청춘들의 마음을 움직여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지금은 그 영화의 시대적인 배경과  환경과는 많이 다르지만, 젊은 청년들이 자신의 앞날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슷한 아픔을 느낀다.

 '자아도취'라는 심리학의 용어가 있다. 지나친 자기애(自己愛)를 가지고 있거나 자기 중심주의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는 정신분석학적인 용어도 있다. 이 용어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서 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의 이름을 따서 독일의 네케라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즉, 어떤 이유를 들어서 자신의 외모나 능력이 지나치게 뛰어나다고 믿거나 사랑하는 자기중심적 성격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나르시시즘을 일반적으로 인격적인 장애로 본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는 오히려 어느 정도의 자아도취나 나르시시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인본주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자신의 능력과 특성에 맞는 삶의 목표를 세우는 성취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성취동기가 현실적으로 이루어 졌을 때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을 '자아도취(Euphoria)'라고 하였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심리적인 절정의 경험을 일컫는 것이다.

 객관적인 잣대를 무시한 채로 허황된 자기도취에 빠져서 비현실적인 심리 상태에 빠지는 것은 문제이지만,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현실 검증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장점이나 가능성을 바탕으로 밝은 미래를 꿈꾸는 자아도취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비슷비슷한 능력이나 재능을 가진 청년들끼리 경쟁을 할 때 중요한 성공의 요인은 자아도취 혹은 나르시시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찾아내지 못하거나 자신의 성공 가능성을 믿지 못하고, 세상을 원망하면서 자기 부정이나 자기혐오의 심리 상태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진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서 잘 된다고 믿으면 정말로 잘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많아진다는 ‘자기충족적인 예언(self-prophecy)’이라는 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부모나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이 청년들에게 해주는 칭찬과 격려가 자신감과 실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한편으로 이 땅의 청년들이 '자아도취' 혹은 속어로 쓰이는 '자뻑'에 좀 빠져들면서 자기 스스로와 자신의 삶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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