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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출신 김도연이 구석구석 찾아낸 '강원도'
강릉바다


 강릉 바다 / 김도연 지음 /
 교유서가 / 320p / 1만 3천 800원

 


 김해의 자연마을을 취재하러 다녔던 적이 있다. 동료들과 함께 100곳의 마을을 취재했는데, 그 중 필자가 직접 다녀온 곳이 65곳이었다. 마을에 취재 가는 것보다 더 힘든 게 마을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느 마을 출신이에요?"를 먼저 물었다. "이장님 잘 아세요? 청년회장님하고 친해요? 부녀회장님은요?"를 캐물었다.

 "요즘 모내기철이라, 한가롭게 이야기하고 어쩌구 할 시간도 사람도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달력의 시간과 마을의 시간이 다름도 알았다. 온통 비닐하우스 밖에 없는, 전봇대 말고는 랜드마크가 하나도 없는 들판에서 "동쪽으로 50미터쯤 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난감했다.

 눈을 찌푸린 채 태양을 보며 동쪽이 오른쪽이지 하고 가늠하며 이장님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마을 취재는 '내가 모르는 김해'를 찾아내는 일의 연속이었고, '아직 안 가본 김해'가 늘 궁금했다. "이제는 김해의 마을에 대해 너만큼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쯤에야 비로소 마을을 찾아다니는 일을 마무리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김해가 있을 것이다.

 김도연 작가의 산문집 '강릉 바다'를 보았을 때, 김해의 마을을 찾아다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작가도 늘 자신이 가보지 못한 강원도, 새로운 강원도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고 했다. 그래서 김해에서 먼 거리의 강원도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강원도보다 김해가 먼저 떠올랐다. 강원도 이야기를 읽을 수록 김해의 마을이 담고 있던 그 무궁무구진한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산과 강과 땅이 품고 있는 전설과 설화, 개발이라는 이름을 앞세우고 조금씩 잠식해 들어오는 공장들…. 그런 속에서도 가까스로 버티고 서 있는 마을의 당산나무들은 마을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듬어주고 있었다.

 김도연은 1966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태어났다. '강릉 바다'는 김도연이 강원도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쓴 책이다. 강릉시청에서 발간하는 '솔향강릉'에 연재한 글, 지역신문에 쓴 글, 네이버에 연재한 평창올림픽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강원도로 꽊꽉 채워진 선물상자 같은 책이다. 강원도 곳곳의 풍경과 명승지,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오지마을 지키는 사람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당장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지로서 다녔던 강릉 바다, 설악산, 오대산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생한 강원도가 있다. 눈의 고장이라는 천혜의 자연조건 덕분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치렀지만, 그 때문에 결국 훼손돼버린 자연을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보인다.

 책에는 고향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발길과 고향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이 있다. 그 시선이 조금씩 변해가는 강원도의 현재 모습 속에 남아있는 옛 모습을 찾아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진 밭에서 일을 끝내고 흙 묻은 손을 털며 걸어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그 모습이 어찌 강원도만의 것이라 하겠는가. 김해에도 있다.

 김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한 권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해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자연과 사람과 삶을 담아낸 그런 책 말이다. 그래서 '솔향강릉'이 강원도 태생의 작가 김도연에게 원고를 청탁했던 것처럼, 김해에서도 그런 일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해일보  gimhae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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