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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믿음의 사회를 만들자한상규 논설위원

 일본의 여류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이라는 소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졌고 빙점을 주제로 한 노래도 이미자가 불러서 잊혀 지지 않아서 해마다 겨울이 되면 소설에 나오는 장면이 회화적으로 떠오른다. 그녀가 소설을 쓰기 전에는 마을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였다.

 성실하게 일한 덕분으로 장사가 잘되어 많은 돈을 벌수 있었다. 그런데 옆집 가게는 무슨 연유인지 손님이 없어서 폐업 직전에 이르러서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에게 이 사정을 말하고 "우리 가게는 잘되고 있는데 옆집 가게가 문을 닫을 지경이니 어찌하면 좋지요 하고 의논하였다. 우리만 잘되는 게 미안하고 하나님 뜻에도 어긋나는 것 같아요." 남편은 그런 맘씨를 가진 아내가 자랑스러워했다.

 이후 그녀는 가게 규모를 축소하고 손님이 오면 이웃 가게로 보내 주곤 했다. 그 결과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게 되자 평소 맘먹은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여 완성한 것이 <빙점>이다. 그녀는 이글을 신문에 응모하여 당선되면서 가게를 해서 번 돈보다 몇 백배의 돈과 명예를 얻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혼자만이 잘 살아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웃을 위해 조그만 배려가 그녀에게 엄청난 행운을 준 것이다. 오래된 <빙점>을 권해본다.

 또한 이야기는 노(魯)나라 어느 시골에 농부가 희 송아지를 낳자 걱정과 기대가 섞여 당사 현자인 공자를 찾아 길흉(吉凶)을 물었다. 공자는 송아지를 잡아 좋은 산천에 가서 제사를 지내라고 했다. 아깝지만 믿고서 시킨 데로 하였다. 그러자 외아들의 한쪽 눈이 안보이게 되었다. 다음해 또 흰 송아지를 낳자 공자를 찾아가 사정을 말했다. 그래서 전과 같은 방법으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나머지 한쪽 눈마저 안보여서 봉사가 되었다. 그래도 공자가 좋은 일이 있으라고 시킨 일이라고 하곤 불평하지 않았다. 몆년 후 이웃 나라와 전쟁이 일어나서 남자는 전부 징집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농부의 아들은 앞을 볼 수 없어서 징집에서 제외되었다. 전쟁터에 나간 청년들은 전부 전사하자 혼령기에 이른 동네 처녀들이 짝을 못 구해 난리가 났다. 그래서 다투어 혼사가 들어오게 되었다. 얼마 후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울 때 기르던 소가 또 흰 송아지를 낳았다. 또 공자에게 가르침을 받고 전과같이 흰 송아지를 좋은 산천에 제사를 지내고 집에 오자 아들 두 눈이 뜨였다. 그래서 예쁜 아내도 맞이하고 행복하게 해로했다는 고사가 있다. 이 두 이야기에서 우리는 배려와 믿음을 배울 수 있다. 배려와 믿음이 없는 사회는 불행하게 된다. 배려와 믿음이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배려와 믿음이 없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모든 자연과 인간은 존재한다. 존재하는 것을 존재 하도록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것을 실존철학에서는 '존재론적 인간' 이라고 한다.

 인간은 된 존재가 아니고 되어가는 존대다. 그러므로 결론을 예측 할 수는 없다. 미래는 항상 불확실하다. 현재는 매순간마다 긴장과 선택의 갈등에서 번뇌하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기준을 두고 살아야 할까 하는 길을 물을 수밖에 없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매 순간마다 화살처럼 스쳐가는 시간은 과거로 쌓인다. 그걸 우리는 세월이라고 한다. 그래서 세월(시간)을 소재로 한 노래가 섣달을 코앞에 두고 자주 심금을 울린다. 이짧은 세월에 집착과 욕심을 적당히 조절하고 내년을 위해 쉼표를 찍고 싶다. 살아가는 과정(過程)이 길(道)다. 도의 실천은 믿음이다. 도의 목적 지향은 인간의 ‘그리움’에 있다. 그리움의 대상은 이성(理性)이고 그 완성단계가 행복(eudaimonia 정신적인 행복)이다.

 그 기능은 덕(德)이다. 사람들이 갖고자 하는 시간은 짧고/ 사람들이 버리고자 하는 시간은 길고/ 사람들이 맞고자 하는 시간은 더디고/ 사람들이 피하고자 한 시간은 빠르게 다가온다. 마음의 시간을 좀더 당신 곁에 오래 머물게 하고 싶다면 시간을 늦추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기서 사회 구조가 배려하고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가진 자에게 유리하고 다수에 의해 소수가 외면당하는 사례가 많은 제도의 허점도 있다. 다수의 집단이 권력을 행사하고 모두가 국가에서 주는 복지를 공짜고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배려와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 해를 보내면서 삶의 목적을 이성에 두면서 마음속의 시간을 정리해보자.

김해일보  gimhae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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