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 유래된 이 말은 현재까지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 쓰이고 있다.

사자성어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은 이 허접한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올라있다. 남에겐 엄격하지만 자신에겐 한없이 자비로운 사람들이 참 많고도 많은 세상이다. 특히 김해시의회에는 말이다. 

  김해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김재금·이하 윤리특위)는 지난 23일 대리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영철 시의원 제명의 건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동료 의원들로부터 제명당할 위기에 처했던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18일 오전 0시 30분께 서김해 나들목 부근 도로에서 운행 중이던 대리기사 A씨(62)와 정차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A씨가 차를 세우자 얼굴 등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20일 이 의원을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의원이 술이 취해 대리기사를 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시의회 내부에서 이 의원에 대한 처분을 논해야 한다며 윤리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고, 지난해 10월 26일 제206회 김해시의회 2차 본회의에서 김재금 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서명해 제출한 윤리특위 구성안이 상정, 윤리특위가 만들어졌다. 당시 김재금 의원은 "시의원 윤리강령에 시의원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경우 윤리특위를 열 수 있다"며 윤리특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 구성을 반대하는 일부 의원이 있었지만 김해시의회 초유의 윤리특위는 이영철 의원과 이 의원과 지역구가 같은 김재금 의원이 원인 제공자와 특위 위원장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시의회가 만들어지고 처음 구성된 윤리특위지만 소임(?)을 다하진 못했다. 윤리특위는 지난 26일 이영철 의원 제명의건을 본회의에 상정했고, 의회는 비공개로 투표에 들어갔다. 이 의원이 제명되기 위해서는 15명의 제명 찬성표가 필요했지만 2명이 모자란 13명만이 제명에 찬성했다. 당사자인 이 의원은 투표가 시작되기 직전 본회의장을 떠났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김해시의회에서 윤리특위가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시의회에 윤리특위가 구성돼 처리해야 할 만한 의원들의 일탈행위가 단 한 번도 없었나? 그렇지 않다. 이영철 의원 징계를 위해 만들어진 윤리특위의 구성요건을 말썽을 빚었던 다른 의원들에게 견준다면 수차례 더 구성됐어야 맞다. 시간을 거꾸로 더 돌린다면 수십 차례는 구성됐어야 한다. 


 의장단 선거를 치르면서 동료 의원에게 금품을 살포한 의원이 있었고, 남편의 선거구 산악회 회원들에게 300만 원 상당의 상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 사모님도 계시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 전국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가 '시의원님 반말 그만 하세요'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시의회를 전국에 알리기도 했다. 이전에도 시의회 윤리특위가 구성돼야 할 만한 사안은 차고 넘쳤지만 그 어떤 의원의 입에서도 윤리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의회는 왜 이영철 의원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까? 이 의원과 이 의원의 제명에 반대한 일부 의원들은 이 의원이 지역과 관련 없이 사사건건 김해시정에 딴죽을 걸었고, 전국구 기업인 태광실업과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이 의원이 수개월 동안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되짚어 보면, 분명 의심이 가는 대목도 있고 이 의원이 억울해 할 부분도 있다.


 이 의원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동료 의원들로부터 제명되는 비참한 결과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 의원은 21명 동료 의원 중 절반이 넘는 13명의 의원이 자신과 의정활동을 함께 할 수 없다며 제명에 찬성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윤리특위와 이영철 의원, 아니 김해시의회 전체가 얼마 남지 않은 의정활동기간 동안 반성하고 자정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시민의 손가락질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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