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각 당의 예비후보들 간 과열된 경선이 없다. 상대 정당 후보를 헐뜯는 네거티브전도 찾기 어렵다. 평온하다. 김해시장 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방선거의 꽃은 자치단체장 선거가 분명할 진대 시민의 관심은 김경수 의원의 사퇴로 보궐선거 요인이 발생한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 더 집중되는 듯하다.   
 
 6·13 지방동시선거가 10일로 채 두 달을 남겨 놓지 않았지만 김해시장 선거는 유독 달아오르지 않는 선거구 중 하나다.
 
 역대 김해시장 선거는 여·야 후보의 각축전이었다. 관선에서 민선으로 변경된 이후 맞붙었던 송은복 전 시장과 최철국 전 의원의 선거전까지 꺼내놓지 않아도 김해시장 선거는 피가 튀기고 서로의 살점이 뜯겨 나갈 정도로 격렬했다.  

 현직 김종간 시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던 2010년 선거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박정수 후보, 민주당 김맹곤 후보가 나서, 물고 물리는 3파전으로 치러졌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 김맹곤 후보는 34.13%의 득표율을 차지, 30%의 득표율을 보이지 못한 박정수·김종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3명의 후보 중 누가 당선이 돼도 이변이라고 표현될 만큼, 한 치 앞도 구분이 힘든 선거전으로 기억된다.   
 
 김맹곤 시장이 재선에 도전했던 2014년 선거는 더 치열했다. 탈환을 노리는 새누리당에는 10명이 넘는 후보가 당 후보가 되길 자청했고, 당내에서는 '상위 5번까지 후보 중 누구를 내보내도 김맹곤 현 시장을 누를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새누리당은 10여 명의 후보군 중 5명을 추려 2차 경선을 실시하는 등 선거전에 열을 올렸고, 김정권 전 사무총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당시 김정권 후보는 도의회 부의장을 지낸 정용상·천하장사 이만기 등 쟁쟁했던 후보들을 경선에서 손쉽게 제압하는 기염을 토하며 본선에 올랐다.
 
 252표. 김맹곤·김정권 후보 모두 10만 표 이상을 얻었지만 새누리당 김정권 후보는 252표가 모자랐다. 왕복 8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얻은 양측의 선거사무실은 선거 당일 환호와 한숨이 분 단위로 엇갈렸지만 결국 김맹곤 전 김해시장이 당선됐다. 전국에서 몇 안되는 혈투임이 분명했다.
 
 현 허성곤 시장이 당선된 2016년 보궐선거도 총선과 맞물려 치러졌고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선거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허성곤 현 시장과 정장수 당대표 공보특보를 단수후보로 추천하고  공천자 확정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적으로 50%가 넘는 당 지지세와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허성곤 시장의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장수 후보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삐 움직이며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공약을 알리기 위해 하루 걸러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행군 중이지만 관심도가 올라가지 않아 발만 구르고 있다. 특히 내·외적 현안인 신공항 건설과 장유 소각장 문제를 이슈화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싶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역대 김해시장 선거가 그랬듯 이번 선거도 분명 어느 순간 요동칠 것만은 확실하다.
 
 선거를 두 달이나 넘게 남겨놓은 이 시점에 어떤 후보가 유리하다고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과 MB정권의 몰락 등을 지켜보면서 유권자가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사고력을 장착했다는 것이다.
 
 역대 선거와 비교해 이번 김해시장 선거가 분명 시들한 건 사실이지만 이럴때 일 수록 유권자의 관심은 더 필요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투표는 원하는 인물을 선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원하지 않는 인물이 선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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