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지난 4월 27일은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을 담은 남북정상회담 장면이 전국의 매스미디어들을 통해 하루 종일 보도됐다. 행여,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며 가슴 조이며 TV 앞에 모여든 국민들은 환하게 웃으며 김 위원장을 기다리는 문 대통령과 자신을 기다리는 문 대통령을 항해 발걸음을 재촉하던 김 위원장의 미소 띤 얼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 정상이 만나 일궈낸 성과는 차치해 두고서라도 이날 양 정상이 보여준 행동에 대부분 대한민국민은 가슴 벅차했다. 남북을 갈라놓은 너비 50cm 남짓한 경계석을 김 위원장이 먼저 건너오고, 김 위원장의 안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그 경계를 넘었다가 김 원장과 다시 손을 맞잡는 장면을 보며 정상적인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을 것이다.
 
 이날 양 정상이 이끌어 낸 판문점 선언에는 양 정상이 연출했던 퍼포먼스보다 남북에 더 많은 선물을 선사했다. 양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날 양 정상의 모습과 판문점 선언은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양 정상이 영글어낸 결과물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 있다. 얼마 전까지 경남지사를 지냈던 현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 홍준표 정치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홍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위장 평화에 속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이는 대한민국 좌파들뿐이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또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김정은 국무 위원장과 대한민국 주사파들 사이의 '숨은 합의'로 성사됐다"고 평가 절하한다.
 
 홍 대표 자신만의 주장에 대해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이들은 6·13지방선거에 나서는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와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등이다. 이들은 홍 대표의 판단이 자신의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는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홍준표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위장평화쇼'라고 발언한 것은 다소 너무 나갔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고,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홍 대표를 비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다양하고 진일보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 잘 한 것은 잘 한 것이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며 홍 대표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홍 대표의 행동을 쉬이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도 많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홍준표 의원 자격을 박탈해주세요', '자유한국당의 해체를 촉구합니다' 등 홍 대표의 사퇴와 처벌을 요구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오래전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 시절,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던 여영국(정의당) 도의원에게 '쓰레기'라는 표현과 함께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등 막말을 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를 복기해 보면 50여 명이 넘는 같은 당 소속 도의원들이 장악한 경남도의회를 등에 업은 현직 도지사에게 힘없는 야당 의원 한 명이 어떠한 위해도 가할 수 없다는 의미로 자신을 기차에, 여 의원의 목소리는 개 짖는 소리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의 눈에 거슬린다고 해서 통일을 향해 나가고 있는 한민족의 발걸음이 멈춰설 일이 있겠는가. 여영국 의원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온 국민이 열망하는 남북정상회담과 양 정상이 도출해 낸 판문점 선언을 폄훼하기 위해 막말을 쏟아내는 홍 대표에게 수 년 전 자신이 여 의원에게 했던 말을 되돌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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