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규 전 경남시민주권연합 정책위원장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 추구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위 문구는 방송법 제6조 5항에 해당한다. 이 조항의 실현을 앞세워 16일(월) 출발한 MBC경남의 시사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 이름부터 <소수의견>이다. <소수의견>은 말할 수 있는 창구를 갖지 못했던 계층별, 세대별, 성별, 지역별 등 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다룰 예정이다.


 MBC경남이 파업을 끝내고 정상화되면서 새로운 출발의 성격을 가진 프로그램이자 KBS창원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감시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가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수의견>에 대한 유감과 가야할 길 모두 보는 첫 회였다. 이번 글을 통해 <소수의견>에 대한 유감과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소수의견>은 네 코너로 구성되어있다. 죽이는 뉴스보다 살리는 뉴스를 지향하는 ‘뉴스의 맥락과 행간을 읽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궁금자들’, 경남의 진짜 민심을 묻는 ‘여론조사’, 모두에게 열린 인터뷰 ‘더테이블’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첫 방송부터 아쉬움이 묻어났다. 방송이 서울지역 방송인지 경남지역 방송인지 정체성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행자인 박혜진 아나운서는 2014년까지 MBC 본사의 아나운서였다. 경남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어 진행자로 영입까지 해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현재 SBS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고정패널이자 전 구미시의원으로 경남과 연결고리가 없다.


 여론조사 담당인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여론조사의 전문성을 위해서 서울에 본사를 둔 여론조사기관을 할 수 있다고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진행자와 고정패널 3명 중 경남과 직접 관계된 인물은 신동식 MBC경남 기자뿐이다.


 59분49초에 달하는 1회 방송을 보면서 느낀 건 STX조선, 도내 6개 시·군이 지정된 고용위기지역, 진주시내버스 표준운송원가 문제, 이창희 진주시장의 막말파문 등 경남의 소식을 전하는데도 서울사람이 전하는 것 같은 이질감을 느꼈다. 경남지역 언론들의 수많은 필진들이 있고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있음에도 고정 패널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 자체의 문제를 내보인 것이다.


 고정 패널 구성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수많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칼럼니스트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게 되기 때문이다. ‘더테이블’ 코너에서 쌍용차 해고 10년 사태를 맞이해 유경종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가 출연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유경종 해고노동자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서 ‘소수의견’이란 이름 그 자체에 부합하는 것이며 앞으로 <소수의견>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소수의견>이 표방한대로 방송법 제6조 5항과 지역방송의 지위에 있는 MBC경남의 정체성에 부합할 수 있게끔 지역의 대표성을 더 보강하고 소수의견을 더 충실하게 반영하는 양질의 방송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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