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집권 10년 세월을 누려온 보수정당 자유한국당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그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새롭게 정하고 당 색깔마저 바꾸는 충격 요법을 사용했지만 바닥에 떨어진 위상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바닥을 기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위신은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더욱 추락하고 있다. 한 때 경남지역은 젓가락에 보수정당 옷만 입혀 놓으면 당선이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보수정당의 위세가 대단했던 곳이지만 이젠 당이 없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측은함까지 느껴질 정도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력을 쥐고 흔들던 여당 시절과는 달리 인력난에 고생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됐던 터다.
 
 지난 1월 새롭게 갑·을 당협위원장에 임명된 홍태용·서종길 위원장은 "6월 지방선거에서 1석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현역 의원 위주로 공천을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사 선거구에서 3선에 도전하려 했던 우미선 김해시의원과 다 선거구 옥영숙 의원이 '2-가'가 아닌 '2-나'를 받았다. 가 선거구의 엄정 의원이나, 라 선거구 류명렬, 바 선거구 이정화 의원과는 다른 결과다.

 우미선 의원은 이에 반발, 당을 떠나는 동시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 의원의 행동에는 자유한국당 '2-나'번으로는 3명을 선출하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3등 안에 들 수 없다는 두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 지도부의 남북 정상회담 비하 발언에 대한 반감도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탈당과 불출마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최근 국가적 경사(남북 정상회담)에 비하 발언을 일삼는 한국당 행태에 동의할 수 없다"며 홍준표 당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남북 정상회담이란 국가적 경사에 대해 '위장쇼에 속지 말라' 등의 홍 대표 발언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현역 의원이면서도 '2-가'를 받지 못한 옥영숙 의원도 말없이 선거 준비를 하고 있긴 하지만 불편한 속내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자유한국당 기초의원 공천 경선에 참여했던 배종도 예비후보도 탈당이라는 강수를 택했다. 배 후보는 라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2-다'번을 받을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과감히 당을 떠났다. 배 후보는 무소속으로 이번 선거에 도전한다.

 30대 청년 정치인들도 당에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홍준표 당 대표는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 '청년 우선 50% 공천하겠다'고 공표했지만 김해지역에서 30대 청년이 '2-가'를 받은 곳은 한 곳도 없다.
   
 1대1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김해시장 선거도 자유한국당에 유리할 게 없어 보인다. 수년 전에는 10여 명이 넘는 인재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말이다. 무리없이 공천을 받은 정장수 당 대표 공보특보는 최근 허성곤 시장에게 자유토론을 하자며 선전포고를 했지만 허 시장 측 반응은 무덤덤하기만 하다. 
 
 중앙당의 사정도 나음이 없는 듯하다. 국민적 성원 속에서 치러진 남북 정상회담에 악담을 쏟았던 홍준표 대표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홍 대표와 공천 갈등을 빚으며 대립각을 세웠던 강길부 의원의 일은 강 의원이 탈당하는 것으로 갈무리됐다. 드루킹 특검 수용을 주장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김성태 원내 대표는 한 괴한으로부터  린치를 당했다. 폭행을 당한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동정 어린 시선은 당연한 일이지만 국민들은 조롱만 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와 당원의 탈당은 흔히 있는 일이다. 당 대표와 지역 당협위원장에게 한 번 내뱉은 말에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에 휘몰아치고 있는 광풍은 여느 때 불었던 바람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건전한 보수와 진보의 대결 없이는 발전된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형성된 보수의 개념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나라를 위한 보수가 아닌 친이·친박이 보수로 지칭돼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일 헛발질만 하고 있는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 대표로는 위기 탈출이 어려워 보인다. 처음부터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로 살을 추리고 뼈를 깎는 고민이 없다면 개념부터 잘못된 이 나라 보수가 의지할 한 평의 땅도 대한민국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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