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령 독자·내동

 모처럼 3일 연달아 쉬는 연휴에 외할머니를 모시고 가족들과 함께 전라남도 영암으로 여행을 떠났다.


 전남 광주에 사시는 외할머니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의 힘으로 집안일을 하고 교회도 매주 나가셨다. 하지만 얼마 전 외할머니께서 몸이 불편하다는 소식을 가족을 통해 듣게 됐다.
 
 할머니가 진단받은 병명은 파킨슨병이었다. 파킨슨병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일환으로 신경 세포들이 어떤 원인에 의해 소멸하게 되고, 이로 인해 뇌 기능에 이상에 생겨 근육과 장기들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지난주 토요일 영암의 한 한옥펜션에서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가족은 다음날 아침 펜션에서 나와 영암군의 유명 맛집골목인 독천 낙지거리의 한 식당을 찾았다.
 
 낙지는 외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가 낙지를 즐겨드셨기에 가족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낙지요리를 주문했다.

 외할머니가 연세가 많으시고 틀니까지 끼고 계셨던 터라 막내 이모는 할머니의 입에 들어가는 모든 음식을 잘게 썰어 드렸다. 할머니께선 낙지요리를 맛있게 드셨다. 할머니께서 맛있게 드셔서 다행이라고 느끼던 찰나, 할머니가 갑자기 눈을 감으시고 젓가락을 잡고 계셨던 오른손을 식탁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그 장면을 본 엄마가 크게 소리쳤다.


 "엄마, 왜 그래!"


 가족들은 모두 할머니 주변을 둘러쌌다. 할머니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으며 고개까지 떨구고 있었다. 할머니가 의식이 없어보였다. 숨도 거의 내쉬지 못하고 계신 듯 했다.

 아버지가 할머니의 기도가 막힌 걸 눈치 채고 등을 두드렸다. 하지만 할머니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모부는 급하기 119에 전화를 했다. 이때 큰 이모가 소리쳤다

 "엄마! 정신차려봐! 어떻게 해... 하임리히, 하임리히를 해봐!"


 올해 결혼 예정인 예비남편이 급하게 하임리히 요법을 하기 위해 할머니를 등 뒤에서 감싸 안았다. 그리고 양팔을 할머니의 갈비뼈 밑에 두르고 배꼽 위 부위를 양손으로 세게 당겼다.

 가족들은 할머니 걱정에 눈시울을 붉히며 발을 굴렀다. 예비남편이 할머니의 배를 당기기를 몇 번이나 했을까. 갑자기 할머니의 입에서 음식물이 빠져나왔다. 이내 할머니의 의식도 돌아왔다.

 돌발의 상황에 많이 놀란 가족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와 언니, 엄마와 이모들은 너무 놀라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할머니가 앓고 있는 파킨슨병은 겉으로 보이는 팔과 다리만 제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식도를 비롯한 소화기관도 움직임이 더뎌진다고 한다.

 어쨌든 이번 일로 인해서 위급한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이 적절하게 응급조치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됐다. 예비남편은 다행히도 얼마 전 김해운동장 내 민방위재난체험장에서 하임리히 요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을 기억해내 침착하게 대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영암에서 김해로 돌아오는 길에 유튜브에 하임리히 요법을 검색해서 찾아봤다. 나 역시 배워놔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학교와 직장을 다니면서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배우지 못했던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나에게는 이런 위급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큰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내 곁에 그 누군가가 이런 위급한 일을 겪을지 알 수 없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위급 상황 대처법 교육이 학교나 직장에서 꼭 있었으면 한다. 또 이 글을 보는 독자들도 하임리히 요법 정도는 꼭 배워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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