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종교는 주어진 것이라기보다는 만들어진 것에 가깝다. 그것도 신의 아들 또는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연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주장은 프로이드가 그의 저서 『종교의 기원』에다 적어둔 글입니다. 실제로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인류 대부분이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재앙들과 직면해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강자로부터의 보호라는 요구가 대두되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신이 탄생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신은 불확실한 세상 속에 던져진 인류의 강함에 대한 의지의 발현으로 탄생을 했고, 특정 동물이나 식물에 부여된 종교적 상징인 토템과 그 믿음에 대한 터부의 형태에 의해 여러 갈래로 진화해 왔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동양과 서양의 흐름은 사뭇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 중 한 예를 들면, 동양의 수묵화와 서양의 유화를 보더라도 그 차이가 완연함을 알 수 있습니다. 수묵화가 붓으로 먹을 찍어 일필휘지, 즉 한 획에 그어내려 작가의 정신세계를 펼쳐내는 것이라면, 유화는 끊임없는 덧칠을 통한 인고의 결과 구조적인 완성을 꾀합니다. 이는 동양과 서양의 정신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것인데 종교도 마찬가지 입니다.

 동양이 전체적인 통찰과 흐름을 위주로 한다면, 서양은 분석과 조합을 통한 완결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처럼 통찰을 통한 전체적인 흐름의 파악을 중시하는 동양학에 있어서, 존재의 의미는 독립된 실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 있다고 인식합니다. 연기설(緣起說)이 바로 그것이며 불교가 부르짖는 존재의 이유입니다.

 그러나 서양 학문의 전개는 관계성 중심의 동양학문적인 총체적 특징을 분석적인 분절로 대체하는 작업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분석은 분절된 의미의 파악을 분명하게는 하지만 관계가 결핍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작업 안에 생명이 존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미시적인 시각에 갇혀 거시적인 관점을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그래서 근래에 이르러서는 서양의 사상과 철학, 또는 종교 등이 동양학으로 회귀하는 모습들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영국의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박사가 미국의 물리학자 레너드 블로디노프와 함께 쓴 저서 거대한 디자인(The Grand Design)에서 창조주로서의 신이라는 존재를 사실상 부인 했습니다. 그는 “우주의 탄생기원인 ‘빅뱅’은 창조주가 개입한 것이 아니라 중력 등 물리학 법칙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물리적 법칙에 따라 자발적 창조(spontaneous creation)의 과정을 통해 우주와 인간이 존재하게 됐다는 논리를 펴면서 다우주이론(multiverse theory)을 핵심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많은 우주들이 서로 연결된 채 제각기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과정이 영원히 지속된다고 보는 다우주이론을 언급하면서 ‘신의 의도가 인간을 창조하는 것이었다면 결코 이 많은 우주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 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또 그는 만물의 근본을 입자가 아닌 끈으로 보는 초끈이론(Super string theory)의 일종인 'M이론‘도 우주의 생성을 설명할 수 있다며 M이론이 바로 아인슈타인이 찾고자 했던 통일이론이라고 단정했습니다. 초끈이론이란 우주와 시간의 기본단위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 같은 소립자 형태가 아닌 진동하는 작은 끈이라는 전제 아래 우주의 생성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이 주장을 보면 초끈이론과 M이론이 등장시켜 미시적 시각을 보충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근래에 등장한 초끈이론은 우주의 근원을 해결하고자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의 상치되는 부분을 해결한 것으로, 4가지 힘을 통일 할 수 있는 통일장 이론의 종착역인 셈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이 이론은 이미 2천500여 년 전 부처님이 화엄경에다 가르침으로 모두 설명해 두었던 내용과 너무도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현대과학이 밝혀내고 증명하고 있는 모든 노력들은 미시적인 시각에 갇혀 거시적인 관점을 놓친 분절적 방식의 서양적 사고가 동양학으로 회귀하는 과정이며, 물리학이 종교와 통합되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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