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진 독자·내외동

노혜진 독자·내외동

 올해 초 경남 김해시 한 주택가 일대에서 길고양이 학대·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1월부터 계속된 이 학대 행위는 길고양이를 가두어서 굶겨 죽이거나 새총으로 가격하는 등 그 정도가 위중했다. 심지어 학대 현장에서는 덫도 발견되어 계획적인 행동임을 보여주었다. 이 사건의 제보자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에게 보복당할 것이 두려워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길고양이 학대는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김해에서 일어난 학대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지난해 말 부산에서는 못 박힌 스티로폼이 발견되기도 했다. 평소에 길고양이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에 위치한데다 그 위험성을 가리기 위해 스티로폼을 낙엽으로 덮어두었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다분했다. 또 경기도 부천에서는 얼굴뼈가 심각하게 골절된 고양이가 발견되었다. 이 고양이는 일명 '캣맘'(주인 없는 길고양이의 먹이를 챙겨주고 보호해주는 사람)에 의해 보호와 관리를 받고 있는 고양이었는데, 사건이 발생하기 전 해당 고양이를 보호해주던 캣맘에게 누군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며 경고를 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길고양이 문제는 캣맘들과 길고양이 혐오자간의 분쟁으로도 확대되는 추세이다. 일례로 용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캣맘들에게 고양이 밥을 챙겨주지 말라며 협조문을 붙이기도 하였다. 이 협조문에 따르면 캣맘들의 활동이 차량 훼손, 배관 훼손, 환경오염, 안전사고 발생 등으로 입주민 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고 한다. 또한 주민들의 주거지역 근처에서 배식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양이의 울음소리로 인해 주민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캣맘의 활동이 정말 중단되어야 하는 이기적인 활동인가. 우리는 길고양이 문제의 해결책을 서울특별시 강동구의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강동구의 길고양이 급식소는 2013년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주거지역에 길고양이가 서식하여 주민불편이 발생하였음을 감안하여 관공서를 중심으로 설치되었다. 처음에는 지역의 주민센터에 설치되었던 것이 점차 파출소, 소방서, 보건소 등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분기별로 급식소의 상태를 확인하여 비위생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철거한다.
 강동구는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를 통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정당화 하는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20조 길고양이의 관리 등 1항에서 구청장은 길고양이의 적정 개체 수 관리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제21조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관리 1항에서는 구청장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지역사회를 위해 길고양이 공공 급식소를 설치 관리·운영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길고양이 급식소만 둔다면 개체 수의 증대만 유발할 뿐 관리를 할 수 없다. 따라서 길고양이의 개체 수 관리를 위해 길고양이 급식소뿐만 아니라 'TNR(Trap-Neuter-Return)'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TNR은 간단히 말해서 중성화 사업이다. 길고양이를 포획하여 중성화시킨 다음 다시 본래의 행동반경에 풀어주는 것으로, 길고양이를 무차별적으로 살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인도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강동구는 2016년 목표로 한 250마리를 초과 달성하여 총 617마리를 중성화시키는 데 성공하였고, 2018년에는 한해 700마리를 중성화하는 예산을 확보하였다.
 위에서 살펴본 강동구의 사례처럼 지역 차원에서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과 TNR 사업을 병행한다면 동물과 공생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물로 인하여 야기되는 사람들 간의 논쟁도 점차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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