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지난 23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 추도일이었다. 올해도 변함없이 떠나버린 그분을 그리워하는 수많은 추모객들이 전국에서 봉하로 몰려왔다. 이날 이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온몸을 던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먼저 간 그를 추도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온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는 노 전 대통령은 물론, 참여정부 인사들과도 인연이 깊다. 2011년 최철국 의원의 사퇴로 발생한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김태호 전 의원에 맞서 선전한 것이나, 김경수 전 의원이 2016년 제20대 총선 김해을 선거에서 최다 득표로 당선된 것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이 큰 몫을 했다. 이들의 정치적 역량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두 분 모두 훌륭한 정치인임을 우린 잘 안다.
 
 그런데 김경수 전 의원의 사퇴로 6·13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김정호 (주)봉하마을 대표의 노무현 붙들기는 도가 지나치다. 김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주자로 낙점되기 전에도 '권양숙 여사와 봉하마을이 김 대표를 밀고 있다', '친노 진영에서 이미 김 대표를 김해을 보선 공천자로 낙점했다' 등의 이야기가 지역에서 나돌았다. 
 
 그래서인지 김 후보는 봉하마을, 노무현, 문재인, 김경수와의 친분을 알리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의 선거전에는 '나는 이런 사람이고, 어떻게 일을 할 것이니 나를 선택해 달라'는 것보다 '내 주변에 이렇게 인기 있는 분들이 많다'는 자랑이 더 많다.   

 지난 15일 김해을 보선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 후보가 맨 먼저 찾은 곳도 봉하마을이다. 김 후보는 봉하마을 묘역을 참배하며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의 못다 이룬 꿈을 완성하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출마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김경수와 함께 기필코 승리하고, (대통령의 꿈을) 실현한 뒤 찾아뵙겠습니다"고 했다. 봉하마을 묘역을 참배한 일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자신을 알리기보다 봉하마을에 기대기만 하는 것 같은 김 후보가 안쓰럽다는 말이다. 
 
 지난 16일 출마 선언을 위해 김해시청 프레스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그는 왜 정치를 하려는지, 무슨 일을 해 내겠다는 것을 알리기 보다는 봉하마을과 노무현, 문재인, 김경수를 더 많이 이야기했다. 첨부된 게 있다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남북정상회담과 평화 올림픽으로 막을 내린 평창동계올림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기자의 머리에는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 하는 것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고, 본 후보로 등록한 그가 자신의 공약을 발표하겠다며 지난 24일 프레스센터를 방문했다. 이날 김 후보는 4대 분야 12개 정책공약을 발표하며 4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이어갔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얼마나 자잘한 공약뿐이었으면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기자들이 앞다퉈 무엇이 중요한 공약이냐고 물었다. 경남도지사 당선 가능성이 높은 김경수 전 의원과 협력해 지지부진한 비음산 터널을 조기에 착공하겠다는 내용도 없었고, 풀 죽어 있는 지역경기를 살리기 위해 준비가 한창인 장유1동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한 내용도 없었다. 유독 젊은층이 많은 김해에 어린이 전문 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내놓은 공약 중 대청천·율하천·조만강 생태하천 재자연화 및 수변공원화 사업은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의 공약으로 더 어울리고, 장유소각장 친환경에너지타운 리모델링 사업은 김해시장과 기초의회가 협력해 처리해야 할 일이다. 공약이 좋지 않다는 게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이 내세울 공약으로는 조금 부족하다는 말이다. 급조된 듯 보이는 김 후보의 공약을 살피다 보면 지역의 기초의원 출마자와 광역의원 출마자의 공약을 짜깁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마음 한켠의 미안함으로 남아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봉하마을,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인기가 사그라질 줄 모르는 김경수 전 의원과의 친분이 김 후보가 당선되는 데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 지역민으로부터 선택받기 위해서는 정치인 김정호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김 후보가 김해을을 책임지고 김해을 지역민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김해갑에 편입된 봉하마을의 문을 열고 나오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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