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지난 13일은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었다. 김해시민도 경남지사와 교육감, 김해시장 등을 선출하는 선거에 동참했다.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김해는 유독 젊은 유권자가 많다. 젊은 유권자은 비교적 나이가 많은 유권자에 비해 투표장으로 향하는 수가 적다. 이런 사례에서 예외이지 않는 김해는 전국 보다, 경남 보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곳 중 하나다. 이런 현상은 이번 선거에도 나타났다. 김해의 투표율은 59.9%로 경남의 65.8%보다 5.9%p 낮았고, 전국 60.2%보다 0.3%p 낮았다. 

 투표율 만큼, 김해 유권자의 지방선거 관심도 역시 낮다. 이번 지방선거는 보궐선거나 재선거가 없는 선거구민들은 도장을 7번 찍었다. 김해는 국회의원 갑 선거구와 을 선거구로 나뉘는데 김해갑은 보궐선거나 재선거가 없어 7번 도장을 찍으면 됐고, 김해을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어 8번을 찍어야 했다. 선거전 지인을 만나면 습관처럼 이번 선거일에 도장을 몇 번 찍어야 하는 줄 아느냐고 물었지만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지인은 드물었다.
 
 투표 방식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지인을 만날 때마다 지방선거에 대해 조금 아는 지식을 자랑삼아 투표장에서 도장을 몇 회 찍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 알려주기를 반복했다. 지인들이 이번 지방선거 투표 방식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건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 투표였다. 조금 과장해 이야기하면 일부 유권자를 제외한 일반 유권자들은 광역과 기초의회에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것 자체를 모르는 듯했다. 그리고 중대 선거구로 치러지는 기초의원 후보들의 기호를 궁금해했다.

 선거일을 며칠 앞두고 만난 한 친구가 "난 보수 성향의 후보를 선택할 건데, '2-가'는 뭐고 '2-나'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친구의 물음에 아는 것을 뽐내며 '선거구는 어디냐?', '친구의 선거구에 나온 후보는 누구누구인데 이 후보는 어떻고, 이 후보는 이런 성향이다'는 둥 이런저런 설명을 했다. 광역과 기초의회 비례대표 제도와 투표 방식, 중대 선거구의 후보 기호 등을 설명하다가 이런 투표를 왜 하느냐?는 의문과 '이렇게 해서 제대로 된 인물을 선택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기자 생활 한 지가 20년이 됐고 김해 장유로 이사를 와 10년이 넘게 살고 있지만 투표 방식만 알뿐, 기자의 선거구에 나선 후보 중 어떤 후보가 더 일을 잘 할지, 나도 모르겠다. 기자랍시고 이런저런 후보와 안면이 있고, 이들의 공약과 사람됨을 판단하는 게 직업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게 일이지만 진실로 어떤 후보가 일을 잘 해낼지, 고르지 못한 채 투표장을 향했다.

 칠순이 넘은 모친을 모시고 찾았던 투표장에서도 에피소드가 만들어졌다. 투표를 하던 모친이 기자를 불러 세웠다. 같은 투표용지를 또 받았다는 게 모친의 항변이었다.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구에 포함돼 있는 김해 5선거구(장유1동·칠산서부동·주촌·진례)는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와 도의원 후보가 동명이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르긴 해도 투표소마다 이런 에피소드가 발생했을 것 같다.

 관심을 두지 않으며 알려고 하지 않는 유권자도 문제지만 이 같은 사실을 잘 홍보하지 못한 후보자와 유권자를 계몽하지 못한 언론도 책임을 회피하기 힘들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이들에게 소속 정당이 생긴 지가 벌써 30년이 다 돼 간다. 어떤 이는 지방자치단체를 넘어 지방정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수준이 중앙정부가 도지사와 시장, 군수를 내려보내던 관선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방언론인으로, 또는 한 사람의 유권자로 6·13지방 선거를 지나오면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방선거와 지방언론의 문제점과 풀어야 할 숙제만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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