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규 전 경남시민주권연합 정책위원장

 지난 1일부로 김해의 새로운 입법부(시의회), 행정부(시정)가 출범했다. 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의 강세가 더 강해졌다(23석 중 15석). 행정부는 허성곤 집행부가 4년 더 연장됐다.

이번 선거는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이번 선거에는 중앙이슈로 시작해서 끝났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시작해서 북미정상회담으로 끝난 대북요인과 문재인 행정부에 대한 높은 국정 지지율이 존재했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실종된 것이다.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종속되어 있는 이상 지방선거가 중앙의 요인에 의해 놀아나는 구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지방선거에 심판받아야 할 대상은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지난 4년 간 활동에 대한 부분이다.


 중앙의 판도에 의해 당락이 사실상 결정되는 이번 선거를 보면서 유감의 입장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4년 간 제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2022년 지방선거는 이들의 역량에 대한 심판을 받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2004년 열린우리당 당적으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을 ‘탄돌이’라 부른 적 있다. 탄핵돌풍으로 당선된 ‘바람에 의한 선거’의 대표사례다. 이번 선거는 14년 전 탄돌이 국회의원들에 버금가는 선거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책임이 막중해졌음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당선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다.


 김해를 중심으로 경남 일부지역에서 보여준 ‘1-나 당선’이라는 민심은 4년 내내 유지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에 김해시민과 경남도민이 보여준 과분한 사랑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배우는 4년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경남에서의 더불어민주당은 인재난을 겪고 있었다. 한때 창원 성산구 지역에 도의원 공천을 줬던 서교민 씨가 박사모 전력과 탄핵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 등을 했던 것들이 드러나 공천을 박탈했듯이 겉옷은 파란색이나 속옷은 빨간색인 당선자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중도개혁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들의 실패를 떠나 경남에서의 당 차원의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당선자들도 거대양당 중 한 축이라는 이유로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지역에서 중대선거구제(2~4인 선거구제) 아래 일정 지분 이상의 기초의원을 배출해내는 정당으로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 경남도의회에서도 서부경남이라는 확실한 지역적 기반 아래 약 34%에 달하는 의석인 20석을 차지했다. 선거제도와 지역적 기반이 만들어준 기득권에 안주하여 다음 선거에서 일정정도의 회복을 막연하게 기대하며 편승할 것이라 착각하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지방선거를 끝냈다. 지역의 이슈는 모두 집어삼켰다. 제3당이나 개인기는 없었다. 바른미래당은 경남에서 당선자 1명 배출하지 못했다. 홍준표 독주에서 빛났던 도의원들은 낙선과 불출마의 쓴맛을 봤다. 2014년 유일하게 지역구 반(反)새누리당 의원으로 10대 도의회에 입성했던 정의당의 여영국 전 경남도의원은 낙선했다.

 10대 도의회에 새누리당으로 입성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다 제3의 길로 간 하선영 전 경남도의원은 불출마와 더불어민주당 행을 택했다. 2018년 김해시민과 경남도민의 선택은 새로운 인물들로 구성된 자치단체장과 의원의 역할에 따라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라는 두 번의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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