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규 논설위원

 

한상규 논설위원

 지방선거에서 고위공직자가 대부분 교체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보인다. 이참에 공직자의 행도에 대하여 남명은 제자 배신(裵紳)을 보고 관직에 나갈 것을 권유하고, 오건에게는 관직에서 물러나게 하였다. 배신은 부모 봉양과 생계유지를 위해서 관직을 나가야하는 그 자체를 녹사(祿仕)였기 때문이고, 오건은 고위직에 있으므로 도를 행하기 위하여 세상에 나가는 것이므로 행도라고 구분했다. 

 시·도지사, 시장, 군수, 도·시의원은 미관말직의 녹사를 위해 나가는 것이아니고 행도를 해야 하는 무거운 자리다. 오늘날의 지도자를 성경에 나오는 양치는 목자에 비유한 이어령씨(지성에서 영성으로, 열림원)의 견해를 참고하면, 첫째, 양떼의 선두에서 초원을 찾아 나서는 목자가 있다면 그건 지난 시대의 리더로 안내자 역할에 충실한 지도자다.
 둘째는 양떼의 후미에서 양들이 스스로 초원을 찾아 나서도록 선택의 길을 열어주면서 양들을 관리하고 쫒는 보호자 역할을 하는 지도자다. 셋째는 양떼의 앞과 뒤가 아닌 양떼의 가운데서 목자가 같이 움직이며 수시로 상태를 살피고 하나하나 보살펴주는 지도자다.

 첫째 유형이 전근대적 전투 상황서 신라의 화랑과 같은 역할로 다수의 군중을 움직이는 소수의 지도자가 있을 때에는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 유형은 미 서부 개척시대의 소몰이꾼의 카우보이 같은 역할로 소떼의 대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몰이꾼일 뿐이다. 셋째 유형의 지도자는 양떼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각기 다른 유형에서 장단점이 있겠지만 오늘날에는 어떤 지도자가 진정 필요한 것일까 고민해봐야 한다.

 일반국민 속에서 그들과 함께 고락을 같이하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지도자의 새로운 문화가 요구된다. 이런 문화를 통해서 그들에게 감동을 주면서 모순과 대립을 결합하여 융합하고 조화시키는 사람이 마음과 마음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 경우 권력자의 자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고 내가 누리는 특권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평등' 이곳에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유가 있을 것이다.
 군자의 길은 고인(古人:선현)의 길이고 고인의 길은 선비의 길이며 선비의 길은 是·非가 분명하고 사리가 밝으며 道를 실천하는 학자이다. 논어에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하여 자신이 배운 바를 전하긴 하지만 옛것을 믿고 따르므로 군자는 항상 배우고 생각하는 것을 병행(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爲政篇)하는 가운데 군자는 道를 근심하지, 가난을 근심하지 않고(君子憂道不憂貧), 정의를 본질로 삼고 예로써 행동하며 겸손하게 표현하고 신의로 완성한다.

 공자는 선비의 출처가 반드시 행도(行道) 즉 救世之道의 실천을 전제로 정치에 참여하기를 원했고, 공자 자신도 당시 사회를 구하려는 의도에서 '나를 써 주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 나라를 문왕(文王)이 다스리던 이상국가가 되게 하겠다.'(논어, 양화편)고 하였다.

 『논어』 <태백편>에는 천하에 道가 있으면 나아가 벼슬을 하고 道가 없으면 숨어야 한다. 나라에 道가 있는데 빈천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고, 나라에 道가 없는데 부귀한 것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선비는 道와 더불어 존재한다는 뜻인데 타락한 인심(人心)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인(仁)의 관념을 제시하였다. 仁은 상실한 예악의 기초이므로 사욕을 억제하고 자기의 마음을 정화하기 위하여 수양해야한다.
 
 남명 제자 김우옹은 동부승지 재직 시 임금에게 "선비의 삶은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갖고 살아가는 것을 의(義)의 기준에 두고서 생각한다. 살아가노라면 자칫 좌절하기도 하고 기존의 군자는 마음이 충직하여 자상하고 강개하여 진실로 사랑하며 측은을 알고 있습니다. 정중하고 곧은 태도는 위태로움을 바로잡고 정신을 밝게 하여 통하게 하여 어떠한 형벌로도 움직이기 어렵게 됩니다. 진퇴(進退)에 의리가 있고, 몸을 지킴이 견고하니 굳세고 곧은 이를 공경하고 정직하고 어진 이를 가까이 해야 합니다. 많이 듣고 널리 통할 수 있는 이에게 자문을 구해야 하며,  깊이 알고 멀리 도모하여 충분히 백성을 보살피어 항상 더불어 거처하면 임금의 덕이 날로 새로워집니다. 이로써 밝은 임금은 철인(哲人)을 구합니다. 효덕(孝德)이 있는 이와 재주 있고 학식이 있는 이를 좌우에 두고 조석으로 친하게 하여 진퇴에 보필하면 바른 말이 귀에 들어오고 착한 행실을 10일이 차게 있어도 차지 않고 주국(周國)에 거하여도 혼자가 아닙니다. 볼 때 간사하고 편벽함을 조심하여 막을 것이며 이치를 익혀 의리로 편안해 질 것입니다."고 간했다. 새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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