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계엄령을 선포해 촛불집회를 무력 진압할 것을 검토한 국군 기무사령부의 문건이 공개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문건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을 무력으로 강제해산한다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문건 공개로 기무사는 개혁을 위해 자체 TF팀을 꾸렸지만, TF팀에 계엄령 선포 계획 문건을 작성했던 이가 포함돼 있다가 사퇴하는 절차를 밟기도 했다. 하마터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에 모자라, 이전에 생선 훔쳐 간 도둑을 고양이 보고 찾아달라고 하는 꼴이 될 뻔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기무사령관이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3월 초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무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박 대통령의 탄핵이 합당하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소요를 일으키게 되고,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먼저 위수령을 발령한 후 계엄령을 발령해 박근혜 정부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총 5개 단계로 구성된 '전시계엄수행방안'은 헌재 선고 이후 대규모 시위대가 집결해 청와대와 헌법재판소에 진입해 점거를 시도하고 일부 시위대가 경찰서 등 관공서에 난입해 방화·무기 탈취를 시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비상조치유형'에서는 위수령과 계엄령의 차이를 언급하며 국민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하고, 대응 악화 시 계엄 시행이라고 적시했다. '서울지역 위수령 발령 시 조치'에서 증원가능부대를 명시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도 담았다. 당시 기무사 수뇌부는 탄핵 찬성은 종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의 집회를 위수령과 계엄령 같은 강력한 군사적 통제 단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위수령과 계엄선포 등은 군부독재 때나 사용하던 용어로 요즘 젊은이들에겐 생소하다. 그래서인지, 군 기무사의 위수령과 계엄령 계획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기무사의 문건을 쉽게 설명하면 평화적 집회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바 있던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무고한 시민들을 전차와 기관포 등으로 중무장한 군이 강제 해산시킨다는 것이다. 기무사는 또 48명으로 구성된 보도검열단과 9명의 합수본부 언론대책반을 운영하려는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실로 믿기 어려운 일이다. 쌍팔년도 군부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썩어 빠진 군부의 환부는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
 
 군 검찰은 기무사 문건의 작성 경위와 적절성 등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위해서는 군 검찰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시 문건을 작성한 이들 중에는 이미 전역해 일반인이 된 이도 있고, 문건을 작성하는 데 관여한 민관인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 문건을 보고받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문건을 보고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계엄사령관으로 내정된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병력 동원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홍모 전 수도방위사령관(현 육군참모차장) 등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 검찰과 검찰이 공조해야 한다.
  
 기무사도 자체 개혁을 위한 TF팀을 꾸리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기무사 TF팀이 기무사를 개혁할 거라 믿는 국민은 드물다. 사퇴하기는 했지만 이번 기무사 개혁 TF팀에 위수령과 계엄령을 검토한 문건을 작성한 인물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기무사가 정말 개혁 의지가 있기는 한 지, 의심이 간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무고한 시민에게 발포까지 염두에 둔 소름돋는 계획서를 작성한 군인들을 발본색원해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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