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열반(涅槃)에 들기 전 부처님은 제자 아난다에게 말했습니다. “아난다야, 너 스스로를 너의 섬으로 삼고, 또 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을 너의 의지처로 삼아서 살아라.” 이 말은 부처님의 유언으로서, 세상 그 무엇도 믿지 말고 오직 자신만을 의지하라는 냉정한 가르침입니다. 심지어는 부처님조차 믿지 말라는 엄청난 화두를 던지신 것입니다. 이 가르침을 외면하고 만일 자신의 주인을 또 다른 성현이나 신을 두고 산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아마 그 성현이나 신의 말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원수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성현이나 신의 가르침에 명예, 이념, 사상, 돈, 권력, 이성, 종교 등을 대입해보면 그 결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천편일률적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똑같아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은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인이었으며 다른 모든 이들이 자신처럼 완전한 자유인이 되길 바라신 분입니다. 그리고 그의 가르침도 오로지 불성(佛性)이라는 그 원칙을 두루 펴신 것입니다. 불성(佛性)은 해탈(解脫), 열반(涅槃), 그리고 자유로운 자비(慈悲)를 모두 설명하는 말입니다. 맹자는 이를 선성(善性)이라 했고, 칸트는 선험적자아라고 했습니다.

 부처님은 열반경을 통해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 즉 이 세상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다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이것은 부처님이 가르쳐준 인격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선언이라고 할 수 있으며 부처님이 룸비니 꽃동산에서 태어나서 외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과도 그 사상적인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불가에는 하안거가 끝나고 자자(自恣)를 행하는 음력 7월 15일을 백중이라 하여 지옥에 떨어진 조상의 영혼을 구하는 재를 올리는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자(自恣)란 잘못을 돌아보는 참회 행사로 하안거를 끝내고 수행승들이 보고, 듣고, 의심난 것에 대하여 자기 과오를 고백 반성하고 다른 이에게 무례를 사과하고 신심을 모두 결백하게 하여 마음을 청청하게 하는 참회 의식입니다. 이러한 기념일을 맞아 각 사찰에서는 49일간 생축과 천도의 기도를 행하고 있습니다. 생축(生祝)이란 살아있는 사람의 복을 비는 일로써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남을 위해 기도하고 축원은 많이 하지만 유독 자신에 대한 축원이나 참회기도에 인색함은 미덕이라 포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미워하고 혐오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는 외부의 인정을 받고 싶어 매우 갈급해집니다. 외부 인정이란 지극히 조건적이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그것을 추구하여도 언제나 결핍과 목마름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외부 인정은 하느님을 믿거나 절대자에게 의지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로 궁핍할 따름입니다. 우리의 주인은 우리 자신뿐입니다. 자기 자신보다 믿을만한 것은 없습니다.
  

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