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가장 가까이서 일하는 사서는 무슨 책을 읽을까?"
 읽을 만한 책을 스스로 척척 찾아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책의 도시인 김해에서 일하는 도서관 사서들에게 도움을 얻어보자.
 <김해일보>가 김해의 사서들이 추천한 도서를 박현주 북칼럼니스트가 재해석해 소개하는 '사서의 책꽂이'을 연재한다.

 

행복의 지도

 첫번째 도서 /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지음·김승욱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 483P / 1만 3천800원

 

 추천 / 안현균 진영한빛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우울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작가가 1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며 행복의 근원을 추적한 여행기. 행복은 과연 어디에 숨어 있을까? 국가 지도자가 ‘국민행복지수’를 만들어 챙긴다면? 돈이 넘칠 만큼 많다면? 그것도 아니라면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필 수 있다면? 행복을 찾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끝내 성공했는지는 말해 줄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행복했다.
 
 △'행복하다'는 말을 할 때 우리는 어떤 삶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일까.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때…. 무엇이 되었든 기쁘고 즐겁고 거리낌 없는 마음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은 야속하게도 빨리 지나간다. 삶의 매 순간이 행복으로 지속되지 않기에, 인간은 다음 행복의 순간을 갈구하고 또 달린다.
 어쩌면 인간은 행복한 순간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불행할 때 행복을 찾는지도 모른다. 취업을 못해, 집을 구하지 못해 등등 한국의 현실에 지치고 분노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오죽하면 이런 말이 생길까"라는 자조적인 반응도 있었다. "그렇게 싫다면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나라"는 말도 나왔다.
 현재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살면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는 식의 철학적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뭔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행복을 확인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도 있다. 이 순간에도 그들은 자신이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투덜거린다.
 '행복의 지도'를 쓴 에릭 와이너도 그렇다, 미국인 기자 에릭 와이너는 해외특파원으로 30개국이 넘는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연재해, 질병, 쿠데타 등에 대한 기사를 썼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등 분쟁 지역에서 우울하고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누군가는 그 소식을 세상에 알려야겠지만 기자로서 그는 얼마나 많은 불행을 보았을까. 그는 문득,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아무도 소식을 전한 적이 없는 행복한 나라를 찾아본다면 어떨까?
 그는 우리가 행복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는 돈, 즐거움, 영적 깊이, 가족 등과 같은 것을 한 가지 이상 갖고 있는 나라들을 다녀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1년 여 시간동안 네덜란드, 스위스, 부탄, 카타르, 아이슬란드, 몰도바, 태국, 영국, 인도, 미국. 그는 그렇게 10개국을 다녔다. 얼마나 행복한지, 실제로 행복한지 들여다보았다. 그 여행기록과 행복확인 작업이 담긴 책은 기상천외한 여행기가 되었다.
 창문만 열면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펼쳐지는 곳, 세금을 안내도 나라에서 용돈까지 주는 곳, 실패를 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 곳, 문화, 명상, 민주주의, 가족. 저자는 10개의 나라에서 행복의 지표들을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다 행복한 것일까.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데도 우울하고 불행한 사람이 있었다. '행복지수'로 매겨 발표한 행복한 나라 순위가 1위라 해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인간세상이다. 그러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 열정이야 말로 인정받아 마땅하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의 기발한 생각과 유머 넘치는 문장에 이끌려 행복이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어떤 독자는 "내가 책 한 권을 다 읽어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고도 말했다. 행복을 찾아다니는 여정이 행복할 수도 있고, 여정 끝에 돌아온 집에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지지고 볶고 사는 삶'이 행복일 수도 있다. 매순간, 하루, 한 달, 여기까지 걸어온 우리의 걸음이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다. 행복의 지도는 우리 마음 안에 있다.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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