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진정한 뜻에 있어 인간회복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성철스님은 “타파경래(打破鏡來) 청천야수끽봉(靑天也須喫棒)“이라고 대답합니다.

 이 문장을 해석해보면 ”거울을 부수고 오너라. 푸른 하늘도 또한 몽둥이를 맞아야 한다.“라는 뜻이 됩니다.

 본디 선문답이 그러하듯이 쪼금은 생뚱맞지만, 인간은 본래 일체를 초월하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절대적 존재, 즉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어리석고 나약한 중생으로 착각하여 중생이라 잘못 부르고, 중생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겨, 이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본래 부처인 인간면목을 확인하라는 크나큰 주문입니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인간 본래면목의 거울을 덮고 있는 때와 먼지를 상세하게 규명하여 그 먼지가 티끌만큼이라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제거한다면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절대적 존재인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 큰 진리를 깨닫고자 했으며, 수행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자 화려한 궁중생활과 태자의 지위를 버리고 야반도주를 감행하였던 것입니다. 부처님은 혼자 왕으로 사는 것보다 모든 사람과 ‘더불어 왕’이 되려고 했기 때문에 이러한 절대적인 진리를 발견하고, 또한 우리에게 이를 일깨워 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인간면목을 확인하여 부처가 된다는 이러한 설정은, 우리는 영원한 하나님의 절대적 피지배자이며 종일 수밖에 없다는 서구적 관점에서는 부럽기까지 한가 봅니다.

 지난 세기 가장 위대한 실존철학자의 한사람이었던 카알 야스퍼스가 만년에 저술한 책 〈위대한 철인들(Die Groβen philosophen)〉에서 보면, 부처님의 출가를 ‘집 떠남’(Homeless)이라 하지 않고  세속의 영화를 벗어나서 새로운 결단을 시도한다는 의미에서 ‘위대한 포기’(The Great Renunciation)라고 칭송한 대목에서 그 부러움과 놀라움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대한 포기를 서구적 시각의 방향으로 해석하게 되면 출가에서 다시 가출로 되돌아가버립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번뇌 없는 삶을 원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번뇌를 뚫고 생의 본질을 만나기를 원했습니다. 생의 본질은 절대자로부터 벗어나 현재의 삶을 살펴보아야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몸을 받아 이 사바세계에 태어남은 눈먼 거북이가 천년에 한번 바다 위를 올라오다가 떠돌아다니는 널빤지 위로 올라앉는 확률과 같이 대단히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거듭된 생을 살아오면서 쌓인 업장을 소멸할 기회를 갖게 되는 지극히 영광스럽고 간택 받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생들은 사바의 세계라는 고해에 빠져 있음을 원망하며 번뇌로 가득 찬 우리네 삶을 인고의 세계와 회잡의 세계라 하며 개탄합니다.

 서구종교의 주장을 보면 더 적극적입니다. 인류의 시조인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뱀의 유혹을 받아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를 먹음으로서 받은 죄를 원죄라고 규정하면서 시작을 합니다. 그리하여 그 인류시조가 범죄를 저지른 후, 부정모혈로 태어난 인간은 이 범죄에 동참한 자가 되어 모두 이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원죄와 싸우는 싸움의 기술로서 다음과 같이 가르칩니다. “주님이여, 언제 어디서든지 나를 중심으로 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내 욕심, 내 생각, 내 주장, 내 소원, 내 재미, 내 기쁨으로 살지 않겠습니다. 나는 주님의 것입니다.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피로 값을 치루고 산 주님의 것입니다. 주님만이 내게 자유 할 수 있고, 나는 주님의 것으로만 움직일 수 있으며, 주님께서 원치 않는 것을 내가 어찌 원하며, 주님께서 기뻐하지 않는 기쁨을 내가 어찌 가지겠습니까? 주님은 내 안에 계서서 당신의 기쁨이 내 기쁨을 입고 나오고, 소원이 내 소원을 입고 나와서 범사에 당신은 나의 주인이 되시고, 나는 주님의 종으로 주님의 것으로 살겠습니다.”라고 하는 이것이 원죄와 싸우는 싸움의 기술이라고 일러줍니다.    


그러나 불교는 이와 판이하게 다릅니다. 부처님은 모든 번뇌의 본질은 망상이고, 망상은 식의 작용, 즉 판단작용이라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이로써 부처님에게는 이 세상이 더 이상 인고와 회잡의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판단작용에서 일어나는 망상을 없애면 번뇌는 사라진다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 만세에 걸쳐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광명이 충만함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지옥이나 천국은 세상살이의 고통과 환희를 극대화시킨 거울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성철스님이 말하는 이 거울을 부수어야만 한다는 크나큰 주문이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이 거울이야말로 욕망 덩어리이고 집착의 결정체인 것입니다. 이 거울에 매달리면 욕망과 집착의 노예로 살게 되며, 오히려 거울을 통해 천국이나 극락을 사모하면 더욱 고약한 삶을 살게 됩니다. 지옥이나 천국은 이 세상에도 없고, 저 세상에도 없고, 오로지 각자 마음속에 있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를 천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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