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속에서 나의 모습 발견해요"

스토너

 

 네번째 도서/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396p / 1만 3천 원

 

 

 

 

 

 

 

"우리 모두가 평범한 '스토너' "

 추천 / 김이석 인재육성지원과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화정글샘도서관에서 근무할 때 심야 북클럽 '심심(心深)한 책 읽기'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읽었던 책 중 가장 기억이 남았던 책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하고 소박함 속에서 한 남자의 인생을 아름답게 묘사로 표현했다. 북클럽 활동 간 읽은 30권의 책 중에서 '스토너'가 가장 생각이 나는 이유는, 어쩌면 평범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스토너'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문득 발견해서이지 않을까.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잊힌 '스토너'.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출판계와 평론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50년 만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속 시원히 풀리는 일이 없는 가',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시간들이 언제까지 계속 되려나', '언제쯤 남보란 듯 그럴싸하게 성공이란 걸 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해본 생각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한 재능이나 뾰족한 수가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중이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 이런 저런 일을 그럭저럭 넘어가면서 '현재'를 관통하고 있다. 이런 식의 이야기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 줄거리는 '딱히 볼 것이 없어 시시하다'는 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의 삶이 이런 식이다.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는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됐다. 출간 당시 문단과 평단의 호평이 이어졌지만 독자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농업을 배우기 위해 진학한 대학에서 셰익스피어를 접한 후에 문학을 사랑했다. 영문학도의 길을 택한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고 교수가 됐다. 어느 순간 스토너는 가족과 동료들로부터 고립된다. 세계대전과 대공황이 그에게 불행과 사랑의 실패를 가져다주었다. 갑작스러운 병마도 찾아온다. 슬프고 쓸쓸한 삶이 이어지지만, 그는 일생을 바친 자신의 연구처럼,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 세상에 나온 까닭을 증명이라도 하듯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스토너는 그렇게 몇 번의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살았다. 너무도 쉽게 '성공'과 '실패'를 나누며 성공을 숭배하는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스토너는 실패자였다.
 성공하지 못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세상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스토너'의 가치를 아는 작가들이나 문학 전공 교수들만 어렵게 구해 읽는 동안 5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그들은 '근사하게 만들어진 스토리 속에서 조연에 그치는 영웅'이 아니라 '세상의 풍파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주연인 인간'을 발견한 것이 아니었을까. 존 윌리엄스의 문장은 담담하고 무심한듯하지만 섬세함으로 꽉 차 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인물 '스토너'라는 한 인간의 생애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담담하고 무심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묘사했다.
 '스토너'를 사랑하는 작가와 출판인들은 50년 만에 그를 부활시켰다. 그대로 둘 수 없었으리라. 그것이 현대 지구인 모두의 삶이었기에. 프랑스의 여류작가 안나 가발다가 '스토너'를 프랑스어 판으로 번역했다. 유럽에 '스토너'가 다시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영미권 최대의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의 계열사 '빈티지 클래식스' 출판사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전자책에 '스토너'의 1장을 넣는 홍보전략을 세웠다. 개츠비는 화려한 삶, 막대한 부, 성공에 대한 열망이 넘치는 주인공이다. 한때 개츠비에 열광했던 독자들 앞에 정반대의 인물인 스토너를 내민 출판사의 의도는 적중했다. 현재 세계 곳곳의 많은 독자들이 '스토너'를 읽는다. '오만과 편견' '안나 카레리나' 등 문학작품의 영화화에 큰 관심을 보인 조 라이트 감독도 영화 '스토너'를 제작한다.
반전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반전이 없는 소설에 이어, 반전이 없는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묵묵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스토너'이다.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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