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전화가 걸려왔다. 김해을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국회의원의 지역보좌관님이시다. 평소 자주 전화를 하는 사이가 아닌 터라, 그가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왔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짐작한 대로 지난주 <김해일보> 1면을 장식한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 '범대책회의' 출발부터 삐끗>이라는 기사 때문이었다.
 
 그는 해당 기사의 취재 경위와 취재원이 누구인지를 따져 물었다. 한 마디로 김정호 의원실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남권 관문공항 김해시 범시민대책회의'(이하 범대책회의)와 관련,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이 기사화됐다는 것이다.
 
 그의 행동이 취재 경위가 궁금해서인지, 나빠진 기분을 풀기 위한 화풀이였는지 지금까지도 알 수 없지만 그는 그 기사의 취재 경위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취재원 보호는 기자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이제는 일반인들도 아는 상식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 보좌관은 아무렇지도 않게 기사와 관련한 취재원이 누구인지 물었다. 보도자료를 배부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내용이 기사화됐느냐는 질문도 잇따랐다. 

 취재원을 궁금해하는 보좌관에게 기사에 실명이 나간 류경화 신공항건설반대대책위원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은 확인해줬다. 그리고 보도자료를 배부하지 않아도 기자가 어떤 사실과 관련해 취재원을 통해 취재를 할 수 있다는 것과 취재한 내용을 기사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게 있다면 김정호 의원 측의 요구에 따라 정정이나 반론 보도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줬다.
 
 의미없는 질문과 답변할 가치를 느끼기조차 힘든 대화가 오가는 동안 이 대화가 국가의 녹을 받는 4급 서기관과 나누는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시각 김해시의 이슈는 동남권 관문공항을 위한 김해공항 확장이다. 국책사업인 이 사업은 정부안대로 추진될 경우, 김해 전 지역이 항공기 소음피해지역에 포함돼 김해시민의 삶의 질 저하와 직결된다.  
 
 그래서 재선 의원인 김해갑 민홍철 의원이 6년을 속해 있던 국회 상임위 국토위에서 국방위로 옮기며 지난 6·13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 김정호 의원이 신공항과 관련이 있는 상임위에 배속된 것 아닌가. 그리고 김정호 의원이 주민, 시민사회단체, 시의원들로 구성된 신공항 관련 여러 단체를 한데 묶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 범시민대책회의'를 추진하는 것 아닌가. 그만큼 김해공항 확장과 관련한 사안은 중요한 일이기에 이런저런 시각의 기사가 만들어지고 독자들에게 읽히는 것이다. 시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에 여러 방향의 기사가 생산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지난주 <김해일보>의 지면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사화된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 '범대책회의' 출발부터 삐끗>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조회수가 최상위권에 오르며 김해시민에게 읽히고 있는 중이다.
 
 기사와 관련한 댓글도 몇 개 달렸다. 김정호 의원이 신공항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푸념섞인 내용과 여러 개의 단체를 복속시킨 김정호 의원이 신공항과 관련한 항공기 소음피해 해결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 정치인은 시민의 대리인 역할이나 잘 하라는 내용의 댓글이 올라와 있다. 
 
 김정호 의원 지역 보좌관님께서는 기분나쁜 기사가 나갔다며 취재원을 캘 일이라 아니라, 신공항과 관련해 시민이 진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인해 김 의원께 보고해 김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제대로 일 할 수 있게 보좌하는 일이나 잘 하시라. 그게 어렵다면 기사에 덧붙여진 댓글이라도 읽어보시라.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