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규 정치칼럼니스트

안일규 정치칼럼니스트

 경남도(이하 도)는 지난 6월 11일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 종합계획을 통해 108개 사업에 1조 726억 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7월 3일 시·군에 '가야역사문화권 지정 타당성 조사 추진 보류에 따른 예산 조치사항 안내' 문건을 보냈다.


 이 문건의 내용은 '가야역사문화권 지정용역'을 도는 전액 삭감함으로서 시·군 부담 예산도 전액 삭감 조치할 것을 담고 있다. 당초 도는 '가야역사문화권 연구·조사 및 정비와 지역발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민홍철 의원 2017년 8월 대표발의)'을 근거로 '가야역사문화권 공간적 범위 지칭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추진했고 2018년도 당초예산 15억(도비 7.5억·시군비 7.5억)을 편성한 바 있다.


 이 문건에서 경남도의 예산 삭감 이유는 특별법의 제정 지연에 따른 연내 가야역사문화권 지정용역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6월에 함안 아라가야 왕성과 창원 가야시대 최대 규모 고분군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도내 가야사 연구복원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올해부터 2020년까지 착수 가능한 단기과제 55개 사업에 대한 세부실행계획을 추진한다는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경남도가 특별법 발의만 보고 시·군과 매칭사업의 타당성 조사 용역을 추진하는 것도 잘못됐지만 전액 삭감하는 모습도 좋지 않다. 그러나 김해지역의 관점으로 보자면 현 시점에서 문제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 창원 지인과 같이 김해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가야왕도 김해' 간판을 보고 "김해가 가야 역사의 전부인 줄 아느냐"며 '왕도(왕궁이 있는 도시)'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


 이 문건의 붙임자료인 '시군별 가야문화권 지정용역 예산 편성내역'에는 경남도가 국제기념품유적협의회와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연구 용역(2015년)에 따라 가야유적 현황을 시군별로 정리한 내용이 담겨있다. 18개 시·군 중 김해는 가야유적이 40개가 있고 4개 시·군이 김해보다 많은 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함안이 90개로 가장 많고 진주 56곳, 창원 47곳, 산청 43곳 순이었다. 이 문건을 보면서 김해가 '가야왕도'라 주장하는 것이 옳은지 되돌아보게 됐다.

 18개 시·군 중 가야유적이 없는 지역은 한 곳도 없을 만큼 가야는 경남 전체의 역사이자 역사물로 경남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일이다. 김해가 '가야왕도'를 내세우며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은 우리보다 2.25배나 많은 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함안을 비롯한 위 4개 지역에 불편함을 심어줄 수 있다.


 창원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지역보다 김해는 가진 것이 많은 도시다. 김해는 내외신도시·삼계신도시·장유신도시 등 이주민 중심으로 성장한 도시로서 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 현재의 김해를 구성하는 시민의 특성이 어떤지에 김해시의 슬로건과 주된 정책들이 맞춰져야 된다. 현재의 김해는 가야왕도 김해라는슬로건 아래 먼 과거보다 현재의 김해가 김해시내와 장유, 진영 등으로 나눠져 각각 따로 노는 게 아닌 지역사회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이주민의 도시'로서 김해시의 슬로건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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