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존중' 과정 느끼려면

 

  <여섯번째 도서> 얼굴 빨개지는 아이

 

얼굴 빨개지는 아이.

저자 장 자끄 상뻬 / 별천지 /122P / 1만 1천 800원

 

 

 

 

 

 

 

 

 

 

 

 

김다혜 사서

추천 / 김다혜 율하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책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많이 읽었지만,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그 어떤 고전도 자기계발서도 아닌 한 권의 그림책이었다. 어렸을 때 내향적인 자신의 성격을 결함으로 여기고, 늘 타인이 원하는 모습과 일치시키려 애써왔었다. 대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만나고 나는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180도 달라졌다. 나를 타인의 기준에 맞춰 변화시킬 필요도, 친구를 나의 경험에 비추어 평가할 권리도 없었던 것이다. 책 속 마르슬랭과 르네의 우정을 통해, 자신의 '다름'을 이해하면서 저절로 얻게 되는 타인에 대한 '존중'의 과정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산뜻한 그림, 익살스런 유머, 간결한 글로 사랑을 받고 있는 장 자끄 상뻬. 그를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널리 알린 것은 1990년대의 베스트셀러 '좀머씨 이야기'의 삽화그림이었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상뻬의 그림도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상뻬 그림이잖아!" 하며 반가워하는 중장년 독자들이 있었다. 필자 역시 학창 시절에 아버지의 책꽂이에서 표지가 낡은 상뻬의 책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상뻬의 그림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나는 상뻬를 이미 알고 있었어"라며 뿌듯해 하곤 했다.
 장 자끄 상뻬는 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데생 화가이다. 1960년 르네 고시니와 함께 '꼬마 니꼴라'로 성공을 거두었고, 1962년에 첫 작품집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를 냈다. 그 무렵 그는 이미 프랑스에서 데생의 1인자였다. 1991년 상뻬는 1960년부터 30여 년간 그려 온 데생과 수채화를 '빠삐용 데 자르'에서 전시했다. 그 전시에서 상뻬에게 호평이 쏟아졌다. "현대 사회에 대해서 사회학 논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평은 상뻬의 그림이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말해준다.
 상뻬는 절대고독의 운명을 살고 있는 인간과 사회의 모순을 유머러스하고 깊이 있는 장면으로 포착한다. 글과 그림이 잘 어울리는 상뻬의 그림 소설들은 전 연령 독자층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얼굴 빨개지는 아이'다. 1969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발행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와 재채기 하는 아이의 우정과 행복을 그렸다. 꼬마 마르슬랭 까이유의 고민은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진다는 것이다.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하게 된 마르슬랭에게 어느 날 친구가 생긴다.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꼬마 르네 라토였다. 두 아이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지만, 르네가 먼 곳으로 이사를 가버린다. 마르슬랭은 다시 혼자가 된다. 세월이 흘러 얼굴이 빨개지는 어른이 된 마르슬랭은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낯익은 기침 소리를 듣는다. 끊이지 않는 그 기침 소리의 주인공은 르네였다. 그들의 우정은 변함이 없었다.
 아무에게도 말 못할 콤플렉스, 혹은 사람들에게 놀림거리가 되는 콤플렉스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다. 그것 때문에 주눅이 들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마르슬랭과 르네는 말한다. "난 너랑 달라. 그래서 외로워. 난 콤플렉스도 있어. 하지만 괜찮아. 나에겐 친구가 있어!"
 빨개지는 얼굴과 끊임없는 재채기가 콤플렉스인 두 아이의 우정은 아름답고 따뜻하다. 나에게도 저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어른이 되어서도 변치 않는 우정을 가질 수 있다면, 콤플렉스 정도는 견디어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상뻬는 진정한 우정이란 이런 것이다,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마르슬랭과 르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릴 뿐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적셔준다. 삶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태도, 낙관적인 시선이 녹아 있는 이 작품은 콤플렉스 같은 건 잊어버리게 한다. 오랫동안 아이와 어른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비결이다.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