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오리

파랑 오리 / 릴리아 글 · 그림 / 킨더랜드 / 48p / 1만 3천원.

 

추천 / 정미라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사람이 나이가 든 후에 읽었을 때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어른들에게도 좋은’ 그림책들이 있다. 짧은 분량에서 이야기가 그치지 않고, 작가의 경험과 개인의 경험이 어우러져서 다양한 여운을 남긴다.
 “엄마!”
 혼자 남겨진 어린 악어를 외면할 수 없었던 파랑 오리가 엄마가 되어가면서, 악어 역시 어른이 되어 간다. 오리가 악어에게 내리사랑을 쏟는 장면이 잔잔하지만, 나이 든 오리의 모습을 통해 ‘치매’의 한 모습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추억을 쌓아가며 살다가, 어느 순간부터 점점 추억을 잊어 간다.

 우리는 살면서 나이듦을 피할 수 없다. 부모로서 보살폈을 때와 달리, 역으로 보살핌을 받게 되는 때도 온다. 그래서 서로를 아껴주는 따뜻한 기억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에게 사랑을 쏟아주던 부모님을 떠올리게 되는 뭉클한 그림책이다.

 △박현주 북 칼럼니스트의 보태기
 파란색과 단순한 선의 그림은 간결하고도 담담하다. 하지만 다 보고 나면 포근한 엄마 품에 안긴 듯 따듯하고 행복한 마음이 든다. 그 마음이 가족을 생각하게 하면서 눈물도 핑 돈다.
 그림책의 저자 릴리아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국으로 건너와서 어린이 동화책에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니 어쩐지 책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이 책은 서울와우북페스티벌과 그라폴리오가 함께 진행하는 ‘제3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당선작이다. 그라폴리오는 전세계 창작자들의 멋진 작품을 발견하고, 공유하고, 사고 팔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커뮤니티다.

 이 책은 엄마는 어떤 존재인지,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연못에서 아기 우는 소리를 듣고 잠시 돌보다 돌아서려는 파랑 오리는 아기 악어가 부르는 “엄마!”라는 말에 떠날 수가 없다. 아기 악어와 오리라니, 전혀 다른 생명체이면서 현실에서는 부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림책 속에서 둘은 가족이 된다. 아기 악어는 파랑 오리가 가는 곳이라면 항상 졸졸 따라다닌다. 세상 모든 아기들이 엄마를 따라다니듯이. 파랑 오리는 늘 아기 악어를 지켜준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아기를 지켜주듯이. 시간이 흘러 아기 악어는 엄마 파랑 오리보다 훨씬 큰 악어로 성장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파랑 오리의 기억들이 조금씩 사라진다. 치매에 걸린 것이다. 이제 악어는 자신이 어렸을 때 돌봐준 파랑 오리를 돌본다. 엄마의 기억이 사라져도, 파랑 오리와 악어가 함께 해 온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둘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그 무엇이 남아있다.

 살다보면 부모와 자식의 역할이 바뀌게 되는 순간을 맞게 된다. 몸피가 줄어들고, 목소리가 낮아지고, 약해진 부모님. 마음은 아프지만 자식들은 이제는 자신이 부모를 돌봐야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한한 사랑으로 자식을 지켜봐주었던 부모의 시간, 서로를 믿고 아끼던 가족의 기억. 그것이 우리를 살게 한다. 그림책 속 악어와 오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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