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 루이자 메이 올컷 지음, 강미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976p / 1만 6천 500원

 

영화 ‘작은 아씨들’이 개봉 일주일 만에 외화 박스 1위를 차지했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가 제작될 때부터 원작소설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온라인 ·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작은 아씨들 모음전’까지 열고 있다. 어린이들이 읽는 다이제스트판에서 청소년, 그리고 성인독자를 위한 완역본까지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들이 있다.

 <작은 아씨들>의 줄거리는 잘 알려져 있다. 온화하지만 허영심이 강한 메그, 천사 같은 심성을 지닌 이타주의자 베스, 투덜대면서도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아는 막내 에이미, 그리고 엉뚱한 사고뭉치지만 책을 좋아하는 작가 지망생 조. 가난하고 초라한 환경이지만 네 자매는 서로에게 위로자가 되어주며 인생의 참의미를 찾아간다.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누구나 네 자매 중 한 명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마치 집안의 자매들에게 빠져든다. 1868년에 첫 발표된 이래 약 150여 년간 전 세계 50여 개국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은 이런 공감의 힘이 지금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코너에서는 원작에 대한 관심을 더 환기시키기 위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우리는 작가의 모습을 담아낸 주인공이 둘째인 조라고 알고 있다. 글쓰는 것을 좋아하고 다혈질이고 씩씩한 조의 모습은 작가와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작품 속의 조는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현실에서 올컷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올컷을 연구한 전기작가 중에는 작품 속에서 올컷을 가장 많이 닮은 등장인물이 입주 하녀인 헤나 할멈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이도 있다.

헤나 할멈은 빨래. 청소. 집수리까지 온갖 집안일을 다하는데, 이 일들이 실제 올컷이 집에서 하는 일이었다. 올컷이 가난한 집안 환경에 하녀 캐릭터를 무리하게 넣은 것은 고된 노동과 가족들에게 하며 취급 받는 자신의 처지를 헤나할멈에게 맡기고, 자신은 조처럼 소설 속에서나마 사랑받는 행복한 딸이 되고 싶었던 마음은 아니었을까. 현실에서 올컷은 가족이 진 빚을 혼자서 갚았고, 힘들게 살았다.
 
<작은 아씨들>이 가져다 준 성공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그 당시 미국 출판계의 관행은 원고 매수에 일정 액수를 곱해서 일시불로 줬는데, 그렇게 계산하면 올컷이 애초에 받을 원고료가 1천 달러 정도였다. 그런데 출판사 사장이 그 돈이 아까워서 당시만 해도 무명작가였던 올컷에게 매출액의 6.6퍼센트를 주는 계약을 맺는다. 그런데, 말 그대로 대박이 터졌다. 출간 초기에는 책을 인쇄하는 즉시 팔렸다. 서점상들은 인쇄소에서 출판사로 책이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책더미를 그대로 낚아채서 서점으로 가져가 팔았다. 그 바람에 초기의 판매량이 집계가 안 될 정도였다. 그렇게 판매기록이 누락됐음에도 인세는 점점 누적됐고, 천문학적인 액수가 됐다.
 작품과 작가에 얽힌 이야기는 때로 작품만큼 재미있다. 그 재미가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영화가 화제일 때 원작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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