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남명정신문화원장상 단편소설 우수상

최 주 철
최 주 철

제1장 : 총성 울린 일요일 새벽

  36년간 일제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우리 민족에게 38선은 운명의 선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들이 그은 선이라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실제적인 고정 선이었다.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명분으로 남과 북에 진주한 미국과 소련군은 38선을 경계로 군정을 실시했다. 소련군은 북한에서 전국적으로 단일 정부를 수립하고자 했던 건국준비위원회를 해체했다. 소련 군정 하의 북한은 김일성 주도로 임시 인민위원회를 발족시켜 사회주의화를 신속하게 단행했다.

남한사회는 신탁통치를 둘러싼 국제회담 상황에 좌우되면서 사회불안이 계속됐다. 북한 지역에 소련군이 신속하게 진주한 것과 달리 미군은 미소간의 분계선을 믿고 한반도 진주를 느긋하게 추진했다.

남한 사회를 결정적으로 들끓게 만든 것은 1945년 12월, 모스크바 미·영·소 3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결정한 신탁통치 안이었다. 이 결정은 남한 사회에 극심한 좌우 이념대립을 불러왔다. 임시정부 수립을 논의하기 위해 2년여에 걸쳐 열린 미소 공동 회담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은 신탁통치안의 포기를 선언하고 모든 문제를 유엔에 이관했다.

1947년 11월 14일 유엔은 남북한 총선거 실시를 결정했다. 남북한 총선거를 위해 유엔 한국임시 위원단의 활동이 가능한 남한 지역에서만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1948년 5월 10일 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거가 남한에서 실시 됐다. 좌익세력의 거센 반대와 남로당의 방해공작 속에 치러진 5.10선거에서 198명의 의원이 선출되고 국회가 개원했다. 정원이 200명이었으나 제주도에서 남로당 방해공작으로 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지 못했다.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과 정부 조직법이 공포되고 해방 3년 만인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북한은 1948년 9월 9일 김일성을 수상으로 추대하고 박헌영을 부수상으로 삼아 조선 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1949년 6월 29일 주한미군이 철수했다. 9월 19일 소련도 북한에 주둔하는 소련군 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은 폭풍이라는 공격명령과 함께 서쪽의 옹진반도부터 개성, 전곡, 포천, 춘천 양양 등 4개 축선 11개 지점에 이르는 38도 선 전역에서 전면 남침을 개시했다.

국군은 1950년 6월 24일 자정을 기해 그동안 유지하던 비상경계령을 해제하면서 농촌 모내기를 도우라고 사병들에게 2주간 특별 휴가를 주었고, 주말이 겹쳐 부대 병력 거의 절반이 외출한 상태였다.

6월 24일 밤 대한민국은 평화롭게 잠들고 있었고 북한 공산군은 38선 전역에서 굿은 비를 맞으며 공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950년 6월 24일 철원지역 경비대 초소 장교 숙소.

“볼래?”공재권 소위가 흑백 사진 한 장을 최상웅 소위에게 건네며 말했다.
“여학교 졸업반인데 아주 똑똑해.”최 소위은 공 소위가 왼손으로 성의 없이 건네는 사진을 받아들었다. 눈에 들어 온 사진은 예쁜 여학생 사진이었다.
“시골 애치곤 예쁜데?”하면서 공소위를 힐끔 처다보았다. 최 소위는 호감을 느꼈다. 그러나 “오빠하곤 딴판이야”하면서 빈정거렸다. 공 소위는 불뚝 튀어나온 코 언저리에 김을 푹푹 내 품으며 따지듯이 말했다.
“뭐라고?”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최 소위는
“한 집안 식군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냐?”라고 하며 크게 웃었다. 최 소위는 사진에 대한 평가를 계속 이어갔다.
“오빠는 깨진 바윗돌 같은데, 동생은 채송화 같구나.”하며 히죽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왠지 호감이 가는 표정이었다. 사진 속 인물은 꽤 미인이었다.
“어휴”하며 와락 달려들며 화가 난다는 듯 말했다.”라고 공 소위가 말했다.
“학교를 졸업하면 너한테 소개 줄까 했는데 틀렸다!”하면서 최 소위가 들고 있던 사진을 낚아챘다. 그러자 최 소위는 그때서야 정색을 하며 어거 괜한 소리를 했다며 후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공 소위가 들고 있던 편지를 빠르게 낚아챘다.
“어디 편지나 좀 보자.”공 소위는 순식간에 빼앗긴 편지를 달라고 애쓰며 앙탈을 부렸다. 편지의 내용은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빠, 전방에서 얼마나 수고가 많으세요. 이곳 학교 화단에는 아직도 진달래가 피어 있어요. 불철주야 교육훈련에 힘드시죠. 저랑 동생 그리고 가족들은 평안하답니다.

그리움

사랑해
보고싶어
말할수 없을 만큼

누군가 
애타도록
그리워진다는 걸

당신을
만나고서
깨달을 수 있었다.』하면서 읽어갔다.
“어라?”이거 “뭐야, 점점 이상해지는데?”그제야 공 소위는 히히 거리며 천천히 편지를 돌려받았다. 최 소위는 말했다.
“너 수상하구나”. 공 소위는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실은 나하고 결혼할 여자야”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갔다. 애가 졸업하고 내가 제대하면 결혼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밤은 깊어갔다. 숙소에서는 개인정비를 하고 있었다. 총기 손질이 끝내고 관물 정리와 군화 손질을 하고 있었다.
“번쩍번쩍 광을 내야지”하면서 공 소위는 열심히 전투화 광을 내고 있었다.
최 소위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녀석 집에 간다고 야단법석이네.”라고 하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공 소위는 거울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번쩍이는 구도에 번쩍이는 눈동자는 군인의 기백”하면서 폼을 잡고 엉덩이도 돌리면 멋을 부렸다. 옆에 누워 있던 최 소위는 피식 웃으며 “눈은 보이지 않고 안경만 반들거린다.”라며 나무랐다. “히히 그래도 그 애가 안경 낀 내 모습을 젤 좋아한다.”하면서 없는 머리를 좌우로 쓰다듬으며 콧노래까지 부르며 잔뜩 기분이 부풀어 있었다.
                     
다음호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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