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옴마야! 완전 바끼삔네예. 이번 선거 억수로 재밋겠는데예." 수 년 동안 함께하며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한 지인의 말이다. 그는 2010년 김해의 한 광역의원 선거구에서 후보로 출마, 여당 후보를 누르고 당당히 당선된 인물이다. 그가 얼마나 고된 선거전을 펼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취재기자였던 필자에게 당시 야권 정치인들은 당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으며 조금은 천덕꾸러기 같은 느낌을 줬다.

하지만 당 후보로 선출되고, 이어 당이 다른 야당 후보와 단일후보를 위한 2차 경선을 치렀으니 그의 선거전이 쉬웠을 리 있겠는가. 그가 이번 지방선거의 관전을 시작하며 운동장이 그때와는 반대로 기울어졌다며 재미있어 했다.


 그가 당선됐던 2010년 지방선거를 잠시 소개하면 김해 광역의원 선거구는 모두 6곳이었다. 2곳은 야권이 후보를 구하지 못해 여당이었던 한나라당 후보가 무투표로 당선됐고 4곳은 야권이 단일후보를 냈다. 그때 김해지역의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시장 선거는 차치해두더라도 재선의 김정권 김해갑 국회의원이 건재했고 대부분 지역 인재들도 여당인 한나라당에만 몰려 있을 때다.

김해을 유권자들은 최철국 전 의원을 재선으로 당선시켰지만 최 전 의원도 요즘의 진보와는 분명 차이가 있던 정치인이었다. 그렇기에 김해는 그해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기까지 여당인 한나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갑작스러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의 영향인지, 야권 후보들은 단일 후보를 내는 것으로 마음을 모았다. 야권 단일후보로 선택된 이들은 누구 하나 한나라당이라는 튼튼한 갑옷을 껴 입고 전쟁터에 나온 여당 후보와의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곳 모두 여당 후보의 완패로 끝이 났다. 민주당이 2곳을 가져갔고,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각각 1석씩을 차지했다. 선거가 끝난 후 무투표 당선 선거구 2곳도 야권 단일후보가 나섰다면 여당 후보의 당선이 쉽지 않았겠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무리 전직 대통령의 사망과 MB 정권의 레임덕 시작이 믹스됐다고 쳐도 쉽게 예단하기는 힘든 결과물이었다. 김해를 비롯한 경남지역에서 야당은 올바로 된 후보를 내세우기조차 힘들 정도로 극심한 인물난을 겪던 시기 아니었던가. 나름 지역에서 이름이 있는 인사들은 모두 당선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 공천을 원했고,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당연시했다. 당시에는 말이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지방선거가 1번,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2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2번 치러지며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 김해지역 선거판은 완전히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8년 전 지방선거 경기장이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면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질 경기장은 진보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고, 그 각도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  


 6월 지방선거가 5개월가량을 남긴 지금, 한나라당의 뒤를 잇는 자유한국당 소속 정장수 당 대표 공보특보가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시장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현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시장 선거를 관전하는 지역 정가의 눈은 허성곤 현 시장이 민주당 공천을 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몰려있다. 송재욱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 보건복지 특보와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권을 거의 잡을 뻔했던 공윤권 전 도의원이 허 시장을 넘을 수 있느냐 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시장 후보군뿐만이 아니다. 도의원을 선출하는 광역 선거구와 기초의원 선거구도 민주당엔 공천 받기를 원하는 인물이 넘치고, 자유한국당엔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낼 수 있겠느냐를 고민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한 치 앞의 미래를 알 수 있듯, 이번 선거도 쉽게 예단하긴 이르다.  2010년 지방선거처럼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그래서 재미있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덩치가 작은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이겨냈고, 항상 강자로 여겨지는 이가 승리를 모두 챙겨갈 수 없는 곳이 승부의 세계다. 과연 이번 선거에서 약해 보이지만 씩씩한 다윗의 후예는 누구이고, 멍청한 골리앗의 후예는 누굴까?

 허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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