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나는 '이것이 괴로움이다'라고 있는 그대로 알았다. '이것이 괴로움의 일어남이다.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길이다'라고 있는 그대로 알았다. 나는 '이들이 번뇌이다. 이것이 번뇌의 일어남이다. 이것이 번뇌의 소멸이다. 이것이 번뇌의 소멸로 이끄는 길이다'라고 있는 그대로 알았다. 이렇게 알고 보니 나의 마음은 육체적 욕망의 번뇌, 존재의 번뇌, 어리석음의 번뇌로부터 해탈했다. 해탈하고 보니 '해탈했다'는 지혜가 생겼다. '태어남은 이미 다했고, 청정한 삶을 이루었으며, 다시 이런 존재의 상태에 이르는 일은 없다'라는 진리를 알았다.』
 
 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2500년도 더 지난 기원전 6세기, 현재 네팔이라고 부르는 인도의 북쪽 땅에 태어난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이룬 뒤 한 이야기를 맛지마니까야라는 초기 경전에  적어둔 것입니다. 그는 이 우주에서 지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삶을 지배하는 '존재의 법칙'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법칙을 무력화하는 테크닉을 개발하고, 실제로 수행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함으로서 '존재'라는 구속에서 벗어났습니다. 이것으로 부처의 위대한 탄생은 세상의 '고(苦)'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로 우리들에게 다가온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 이후 많은 선각자들이 그의 가르침을 이어 받아 나름대로 이론을 펼쳤지만 너무 많은 이론과 깨달음의 출현으로 인해 오히려 갈피를 잡기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이 세상을 너무 앞서 나갔기 때문입니다. 당시 인도인들은 물론이고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우주의 존재 법칙을 파격적이고 상식을 뛰어넘는 분석으로 깨달았고 45년의 짧은 가르침으로 끝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서양의 과학자들이 꾸준하게 연구를 거듭해오면서 발전시킨 과학의 내용들의 궁극은 항상 부처님의 우주관 속을 맴돌 뿐이었습니다. 원자론과 양자물리학이 나오고, DNA를 알게 되고 초끈이론이 나오자 부처님이 알아낸 법칙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비로소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의 우주 존재 법칙에 대한 분석과 그 법칙을 무력화 하는 테크닉 전체를 현대과학이 완벽하게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현대과학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의 이론과 테크닉에서 아직 한 점의 오류도 발견되지 않은 점은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서방의 종교가 불교보다 후대에 등장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신봉하고 있지만 과학과 대화를 꺼리는 것에 비하면, 부처님은 그 시대에 어떻게 그처럼 뛰어난 분석과 테크닉을 제시했는지 경탄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부처님은 태어남과 죽음을 수없이 반복하는 존재법칙을 구현하는 어마어마한 우주의 메카니즘을 아무런 도구도 없이 사유와 통찰로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그 해답은 다름이 아닌 '12연기(緣起)'이며 우주의 생명체 무한재생프로그램과 같은 것입니다.

 태어남을 관하여 태어남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그 존재가 있어 태어남이 있다고 한다면, 다시 존재는 왜 생기는가? 이렇게 원인이 되는 조건을 계속 찾아나가다 보니 12단계로 이어지는 '12연기'라고 부르는 순환 고리를 찾아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환을 끊어 내는 테크닉을 발견하고는 45여 년 간 중생들에게 이 법칙과 테크닉을 전수하기에 온 힘과 열정을 쏟았던 것입니다.
 부처님은 만법을 12연기 법칙으로 설명하고, 모든 것은 조건에 따라 생겨나고 소멸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조건을 일으키는 업에 따른 과보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합니다. 그 업을 일으킬 만한 조건을 만나야 과보가 발생합니다. 업에 따라 윤회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깨트리고 그 업과 조건의 결합을 테크닉으로 설파한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의 업과 현재의 조건이 어울려 과보를 일으킨다면 업을 소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저 선업을 쌓는 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부처님은 "의도하고, 짓고, 쌓은 업은 그 과보를 치르지 않고서는 현재 삶에서도, 다음 삶에서도, 그 후의 삶에서도 소멸되지 않는다"라고 가르칩니다.
 이처럼 부처님은 우리 중생들을 진리의 삶으로 이끌기 위하여 일대사 인연으로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불기 2562년 5월 22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그 뜻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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