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아이에게 읽어주기 좋은 책

 

달님의 산책

세번째 도서 / 달님의 산책

 김삼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36p / 1만 1천 원


 

 

 

 

 

 

유혜민 김해기적의도서관 사서

추천 / 유혜민 김해기적의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요즘 부쩍 이부자리 독서에 빠진 아이 덕에 잠들기 전 읽어주면 좋을 책들에 눈길이 먼저 간다. 보채는 아이를 단숨에 재워줄 마법 같은 책은 아니지만 동심 속에서 달님과 함께 잠들게 해줄 특별함이 있는 책이다. 밤하늘의 달을 바라볼 여유와, 그 달로 나누는 단란한 담소의 시간은 나와 아이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이다. 돌쟁이 아가들에게는 ‘달님의 산책’과 함께 달님! 하면 떠오르는 너무나 유명한 책 ‘달님 안녕’(하야시 아키코 저/한림출판사)을 추천한다.

 

△그림책을 유아와 어린이들이 보는 책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 자녀가 어서 빨리 그림책의 단계를 벗어나 글자가 많은 책을 읽기를 바라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그림책은 그렇게 단순한 책이 아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그림책이야말로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책이다. 좋은 그림책은 문학과 미술이 함께 하는 예술이다.
 출판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창작 그림책이 활성화된 시기를 대략 2000년대부터라고 본다. 그 이전에도 그림책이 있었지만, 이 시기부터 그림책을 중심으로 우수한 아동출판물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국제적으로도 대한민국 그림책 작가들이 인정을 받았다.
 좋은 그림책은 아름다운 시를 연상하게 하는 글과, 한 장 한 장이 미술작품으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자녀에게 읽어주기 위해 그림책을 펼쳤다가 자신이 그림책에 푹 빠져버리는 어머니들도 있다.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본 성인독자들은 “내가 어렸을 때는 왜 이런 그림책이 없었을까”하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달님의 산책’은 달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다. 그림책 속 달님의 모습은 아기의 얼굴을 형상화했다. 둥근 얼굴의 귀여운 모습은 아기를 꼭 닮았다. 해가 질 무렵 달님은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나온다. 어두운 숲속은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무서운 곳이지만, 달님은 밝은 빛을 비춰 주며 집 잃은 아기 토끼와 아기 오리를 엄마가 있는 집으로 이끌어준다. (아이들은 날이 어두워져도 달님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할지도 모른다.) 달님은 두둥실 하늘로 떠올라 기차를 따라가기도 하고, 지붕 위 고양이들과 숨바꼭질도 한다. (한참을 걸어도 달이 머리 위로 따라오는 것 같아 신기했는데, 달님이 산책을 하면서 노는 거구나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밤에도 세상을 비추던 달은 새벽이 되어 해가 나올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간다. (달님은 잠든 내 머리맡을 지켜주는구나, 달님은 예쁘고 고맙다고 느낄 것이다.)
 책 속의 한 대목을 보자. 강가를 살금살금 지나가는데 달님 얼굴이 강물에 비쳐 보였어요. “앗, 깜짝이야!” 달님은 깜짝 놀라서 또 반짝반짝 빛났어요. 강물에 비친 달빛이 반짝이는 걸 한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묘사했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한 글은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도움을 준다. 소리 내어 읽으면 생생한 느낌이 전해져 읽는 재미까지 더해 준다. 들판과 숲속, 마을을 그린 아름다운 그림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자연 속으로 데려가 줄 것이다. 무엇보다 달이 떠서 지기까지 밤하늘의 색이 변해가는 과정을 걸 표현한 그림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아무래도 어른들이 미리 보아야겠다. 글의 행간 사이, 그림 뒤의 이야기까지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달은 인간이 육안으로 오래 바라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천체이다. 태양은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고, 별은 너무 멀어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달은 초승달에서 반달, 보름달로 변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사람들이 잠들어있는 시간에도 밤하늘에 떠 있다. 그리고 내일 또 변함없이 찾아온다. 태양이 위세를 떨치는 낮에는 보이지 않지만 달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저 하늘 어딘가에 달이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위안이다.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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